여당이 자진 사퇴한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한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등 3명에 대한 인사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면서 또다시 여야 협치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야당은 “오기 인사이자 야당을 거부하는 폭거”라고 반발하면서 강력한 투쟁을 선언했다. 이에 부동산세법 등 민생 법안 처리를 앞둔 5월 국회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13일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 임명 동의안 처리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7시에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김 후보자 인준안을 가결했다. 이날 표결은 오전에 열린 김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이 불발됨에 따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임명동의안을 상정한 뒤 이뤄졌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표결 전 의사 진행 발언에서 “민심에 귀를 닫고 야당과의 합의 없이 단독 강행 처리하는 것은 남은 1년도 야당의 존재를 무시하고 국정 운영을 지속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김 후보자 인준안 단독 처리에 돌입하자 공개적으로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기자 간담회를 열어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여당이 당당하고 떳떳하게 민심을 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우리 국민의힘은 대통령께 면담을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청와대가 야당의 요청에 답하기도 전에 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안을 신속 처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 직후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로 이동해 임 후보자와 노 후보자의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를 각각 채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상임위 회의에 참석해 의사 진행 발언 등으로 항의했으나 보고서 채택을 막는 데는 속수무책이었다.
이 같은 민주당의 강행 처리는 이날 지도부의 발언과 상임위원회 개최에서 예고됐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1시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오늘 본회의를 열어 국무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 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응천 민주당 의원 등 11명은 국토교통위 전체 회의를 개최했다가 정회해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 처리를 열어두었다. 민주당은 이날 법안 처리를 위해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전체 회의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파행되자 정회해두었다.
이날 윤 원내대표와 김 대표 대행은 박 의장 주재로 두 차례 만났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여당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야당 의사를 충분히 수용했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야당은 추가로 임 후보자도 물러나야 한다고 맞섰다.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임혜숙·노형욱 후보자의 부적절한 행위는 박 후보자의 것보다 더 크면 컸지 결코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되는 30번째·31번째 장관급 인사가 탄생함에 따라 여야 갈등은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14일 오전 10시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시위성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김 대표 대행은 의원총회에서 “청와대 앞 야외에서 의원 총회를 해서 (항의하는)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