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속고 살았어요. 염산 냄새로 죽을 거 같아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70세 A씨는 몇 년 전부터 아랫집에서 화약 약품 냄새가 올라온다고 느꼈다. 그는 관리사무실을 찾아가 보았으나 ‘악취를 유발할 작업을 한 일이 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수차례 문의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A씨는 자신의 어려움을 이웃 주민들에게 알리기로 마음먹는다. 이웃 주민들이 실상을 알게 되면 사태가 나아질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에 A씨는 2019년 11월 관리사무실을 다시 찾아갔다.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그곳에 있던 방송장비를 이용해 “아랫집이 사람을 죽이려고 작정했습니다. 틈 사이사이 비닐을 깔아놓고 냄새를 막아도 올라옵니다.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주민 여러분” 등의 말을 전했다.
주민들에게 방송을 마친 A씨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으나 여전히 집안 악취는 가시지 않았다. 이에 A씨는 같은 날 다시 관리사무실을 찾았다. 이번에도 관리사무실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아크릴 냄새를 태우면 부엌 쪽 베란다에 냄새가 무진장 올라옵니다. 방금도 제가 방송을 했는데 계속 올라오네요. 다른 집에 누명 씌워가면 좋나요?”라고 방송을 했다. 엄포를 놓아야겠다는 생각에 “고발을 하려면 고발을 하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조사 결과 아랫집에서 냄새가 날 만한 요인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웃주민들은 A씨가 방송으로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A씨를 고소해 사건은 법원으로 왔다.
법정에서 A씨 측은 “방송 내용은 거짓이 아니고 설령 거짓이라 하더라도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이광열 판사)는“악취행위가 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것은 A씨도 알고 있었다”며 “허위 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이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도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며 A씨게 벌금 200만원형을 선고했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