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제 발로 용궁 간 토끼…색다른 수궁가 내려오네

◆국립창극단 '귀토' 6월 초연

토끼, 새 세상 꿈꾸며 수국으로

육지서 겪는 고난 중심 재구성

터전의 소중함 깨닫는 이야기로

국립창극단의 신작 ‘귀토’에 출연하는 토자 역의 김준수(오른쪽부터)와 자라 역의 유태평양, 토녀 역의 민은경/사진=국립극장국립창극단의 신작 ‘귀토’에 출연하는 토자 역의 김준수(오른쪽부터)와 자라 역의 유태평양, 토녀 역의 민은경/사진=국립극장




“하늘도 싫소. 땅도 싫소. 삼재팔란(三災八難) 그만두고 수궁 찾아 갈라요.”



분명 토끼와 자라가 용궁 가는 이야기지만, 익히 알고 있던 그 수궁가와는 좀 다르다. 필사의 탈출을 감행했던 토끼는 육지에 오만 정이 다 떨어져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수국(水國)으로 들어간다. 그곳엔 삼재도, 팔란도 없는 유토피아가 기다리고 있을까.

국립창극단이 내달 2~6일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신작 ‘귀토- 토끼의 팔란’을 선보인다. 판소리 수궁가를 원전으로 재창작한 작품으로 국립창극단의 모든 단원을 포함해 총 53명이 출연하는 대작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받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고선웅(극본·연출)·한승석(작곡·음악감독) 콤비가 다시 합을 맞춰 기대를 더욱 고조시킨다.



귀토는 수궁가 중 토끼가 육지에서 겪는 고난과 재앙을 묘사한 삼재팔란 대목을 중심으로 재구성된 작품이다. 주인공은 수궁가 속 토끼의 자식, ‘토자(兎子)’다. 그 옛날 아비는 용궁에서 필사의 탈출에 성공했지만 뭍으로 나오자마자 독수리에게 잡혀 목숨을 잃었다. 어미 역시 얼마 안 가 포수 손에 남편 곁으로 간다. 천애고아가 된 토자는 온갖 고난을 겪으며 미지의 세계 수국을 꿈꾸고, 과거 토자의 아비를 놓친 뒤 또 다른 토끼를 찾아 나선 자라와 우연히 만나 용궁으로 들어간다. 여기에 토자의 연인으로 함께 용궁으로 가는 토녀(兎女), 위정자 용왕을 살리고 싶지 않은 반골 기질의 병마사 주꾸미, 형 집행관 전기 뱀장어 등 원전에 없던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한층 풍성하게 한다. 수국에도 팔란 살이 가득함을 깨달은 토자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육지로 돌아와 자기 터전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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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귀토는 ‘거북과 토끼(龜兎)’라는 뜻 뿐만 아니라 ‘살던 땅으로 돌아온다(歸土)’는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그렇게 원작 속 잔꾀 능한 토끼는 사유하는 존재이자 역경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존재로 탈바꿈한다. 고선웅 연출은 지난 1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늘 꿈꾸는 이상향은 어디에도 없다”며 “바람이 없는 곳으로 도망갈 것이 아니라 바람 부는 대로 유연하게 흔들리며 즐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국립창극단의 신작 ‘귀토'의 주요 배역들/사진=국립극장국립창극단의 신작 ‘귀토'의 주요 배역들/사진=국립극장


음악적으로는 수궁가의 원형에 집중하지만, 각색된 이야기에 맞는 새로운 시도와 소리도 선보인다. 예컨대 자라가 토끼를 등에 업고 용궁으로 향하며 부르는 ‘범피중류’ 대목의 경우 원작에서는 느린 진양조의 장중한 소리로 표현하지만, 귀토에서는 빠른 자진모리로 바꿔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토끼의 설렘을 강조한다. 수궁가 소리 외에 다른 판소리 바탕도 차용해 색다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립창극단의 김준수와 유태평양, 민은경이 각각 토자와 자라, 토녀 역을 맡았다.

이번 공연은 리모델링을 마친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선보이는 첫 작품이기도 하다. 공식 재개관은 9월이지만, 시범 운영 기간 중 귀토를 선보이게 됐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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