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AI 연구원은 ‘초거대 AI’가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을 바탕으로 상위 1%에 속하는 전문가보다 더 뛰어난 인공지능(AI)을 설계하는 데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하겠습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
LG(회장 구광모·사진)가 AI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는 ‘초거대 AI’ 개발에 뛰어든다. 회사는 종합적으로 사고가 가능한 인간의 뇌와 유사한 AI를 개발해 고객 가치 혁신과 삶의 질 향상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LG의 AI 전담 조직인 LG AI연구원은 17일 오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AI 토크 콘서트’에서 향후 3년간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확보 및 개발에 1억 달러(약 1,134억 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초거대 AI는 대용량의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특정 용도에 한정하지 않고 종합적이고 자율적으로 사고·학습·판단·행동할 수 있는 AI다.
더 나은 고객 가치 창출을 위한 디지털 전환 전략 추진의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출범한 LG AI연구원은 지금까지 딥러닝 기술 기반의 챗봇을 개발하는가 하면 항암·백신 신약 후보 물질 개발, 대용량 배터리 용량 및 수명 예측 등에도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왔다.
이날 발표한 초거대 AI 개발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존의 딥러닝 기술이 뛰어넘지 못한 인간의 사고 역량에 도전한다. 특정 분야에서는 평균적인 인간의 지능 수준을 넘어섰더라도 전문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한계를 극복해 수만 명의 전문가의 힘을 합쳐야 수행할 수 있는 과제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250년 동안 인류가 쌓아온 모든 화학적 지식은 여러 논문과 특허에 담겨 있지만 이 방대한 논문과 특허는 디지털화돼 있지 않아 AI가 활용할 수 없었다”며 “LG는 물질 정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대규모의 인간 전문가 노동력이 소비돼야 하는 아이러니를 초거대 AI를 통해 해결하는 도전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AI 기반으로 차세대 배터리, 고효율 발광 분야에서 신소재 발굴을 가속화한다.
구체적으로 LG AI연구원은 초거대 AI 개발을 위해 1초에 9경 5,700조 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글로벌 톱3 수준의 AI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세계 최고 수준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초거대 AI 언어 모델인 GPT-3가 보유한 1,750억 개 파라미터의 3배를 넘어선 6,000억 개 파라미터를 갖춘 초거대 AI를 공개한다. 파라미터는 인간 뇌에서 뉴런을 연결해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역할로 이 규모가 커질수록 AI 지능이 높아진다.
GPT-3는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고 에세이나 소설도 창작할 수 있는데 LG AI연구원은 한층 더 개선해 언어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을 이해하고 데이터 추론까지 가능한 모델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조 단위 파라미터의 초거대 AI도 개발할 예정으로, 글로벌 제조 기업 중 이 같은 규모의 초거대 AI 개발은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LG는 또 ‘상위 1% 인간 전문가’ 수준 역량을 보유한 초거대 AI를 통해 근무 방식의 혁신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 가령 고객센터에서 제공하는 상담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초거대 AI를 고객별 상담 이력을 요약해주는 가상 어드바이저(advisor)에 활용해 상담사가 고객의 개인별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제품 개발 프로세스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인간의 면역 체계를 활용한 신개념 암 치료제인 항암 백신 개발에도 적용하고 더 친환경적인 플라스틱 소재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배 원장은 “인류의 보편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같은 꿈을 꾸는 인재들과 함께 최신의 AI 기술을 선도해나갈 것이며, 21년 하반기 연구 성과물을 공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