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주말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고(故) 손정민씨 추모 집회·행진의 위법 소지 여부를 면밀히 따져보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16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과 서초서 앞에서 열린 집회를 비롯해 이들 장소 사이에서 이뤄진 행진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있다.
당시 시민 수백명은 오후 2시께 공원에 모여 '신속·공정·정확 수사 촉구'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친구) A씨를 수사하라", "죽음의 진상을 밝히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중 일부는 오후 3시께부터 서초서를 향해 행진한 뒤 서초서 맞은편에서 집회를 벌이다가 오후 5시께 경찰이 해산 요청 방송을 하자 자진 해산했다.
이 집회와 행진은 사전에 경찰에 신고되지 않았다. 집시법 제6조 1항은 옥외집회(시위·행진)를 열려면 집회 시작 최대 720시간(30일)~최소 48시간(2일)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번 집회는 일반 집회와 달리 주최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경찰이 법률 적용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대부분 맘카페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에서 자발적으로 모였기 때문이다. 집시법상 미신고는 집회 주최자를 처벌할 수 있지만 단순 참가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다만 집시법 제20조에 따르면 미신고 집회에 내린 경찰의 해산 명령을 받고도 지체 없이 해산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다.
이에 경찰은 당시 집회 참가자 일부가 한강공원을 벗어나 서초서로 행진하는 과정에서 몸싸움 끝에 경찰 저지선을 뚫고 행진을 이어간 것에 집시법 위반이 적용될지 검토 중이다. 경찰은 아울러 서울시와 서초구가 집회 참가자들을 감염병 예방법 위반으로 수사 의뢰하거나 고발하면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