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판매되는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10대 중 7대는 KT&G의 ‘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와 BAT의 ‘글로’ 등 글로벌 업계가 장악했던 국내 전자담배 시장의 주도권을 KT&G가 빠르게 가져오고 있는 셈이다. KT&G는 급성장하고 있는 내수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판매 점유율은 70%를 상회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만하더라도 KT&G의 전자담배 기기 점유율은 50%대였다”면서 “점차 상승해 최근 70%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KT&G의 ‘릴’의 누적판매량은 올해 35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된다. KT&G에 따르면 누적 판매량은 출시 첫해인 2017년 7만 9,000대에서 2019년 261만 6,000대, 올해 1분기 기준 348만 5,000대로 치솟았다. KT&G 관계자는 “지난 2017년 ‘릴’ 첫 모델인 ‘릴 1.0’을 시작으로 ‘릴 플러스’, ‘릴 미니’, ‘릴 하이브리드 2.0’, ‘릴 솔리드 2.0’ 까지 소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강화해왔다”며 “현재 누적 판매량 350만대 돌파를 앞두고 있는 등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전자담배 기기 호조 탓에 ‘핏’과 ‘믹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스틱) 점유율도 역대 최대치인 38.4%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스틱 시장은 필립모리스의 ‘히츠’가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었다. 기기는 달라도 스틱은 호환이 되는 탓에 시장에 먼저 나와 소비자에게 친숙한 ‘히츠’를 후발 제품들이 넘어설 수 없는 구조였다. KT&G 관계자는 “다양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스틱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한 것이 주효했다”며 “최근에는 담배 본연의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일반 궐련의 풍미를 구현한 ‘믹스 샤인’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KT&G의 ‘릴’이 호조를 보인탓에 글로벌 전자담배 최대시장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도 ‘릴’은 연착륙에 성공했다. KT&G가 일본에서 출시한 ‘릴 하이브리드(lil HYBRID)2.0’ 및 전용스틱 ‘믹스(MIIX)’의 판매처는 일본 상륙 4개월만에 일본 전역으로 확대됐다. ‘릴 하이브리드 2.0’은 지난해 10월 일본 후쿠오카와 미야기 2개 지역에 출시됐는데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자 올해 2월부터는 판매지역이 도쿄와 오사카, 삿포로 등 주요 대도시를 포함해 전국으로 유통망이 확대됐다. KT&G 관계자는 “‘릴 하이브리드 2.0’이 일본 현지 시장에서 차별화된 맛과 편의성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며 “해외시장 진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KT&G의 성공적인 해외 공략의 배경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에선 경쟁을 펼치고 있는 필립모리스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KT&G와 필립모리스는 지난해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해외 출시 및 판매를 위한 계약을 맺고 최근 일본을 비롯해 러시아를 비롯 우크라이나 등으로 ‘릴’을 출시했다. 필립모리스의 브랜드 파워와 유통망을 통해 KT&G의 ‘릴’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KT&G 관계자는 “올해도 양사는 지속적인 글로벌 협업을 펼치며 더 많은 국가에서 ‘릴’이 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