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주택시장 안정화 '주택비축제도'로 하자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




지난 몇 년간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화두 중 하나가 주택 가격이다.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주요 요인으로 주택의 공급 탄력성이 거의 0이라는 점이 꼽힌다. 수요 급증으로 가격이 뛰어도 주택은 빵처럼 하루 만에 공급할 수 없다. 인허가를 거쳐 입주까지 적어도 3년이 필요하다.



농산물은 풍작으로 가격이 하락하면 정부에서 수매해 창고에 비축해놓았다가 겨울철이나 흉작으로 가격이 급등할 때 시중에 풀어 가격 조절을 한다. 하지만 주택 시장에는 이 같은 비축 제도가 없다.

공공임대주택은 가격이 오른다고 함부로 매물로 내놓지 못한다. 반면 민간 부문은 집값이 상승하면 오히려 매물을 거둬들인다. 가격 상승이 상승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홍콩의 ‘링크 리츠’ 같은 주택 비축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주택 비축 리츠(가칭)’를 만들어 주택 시장을 안정화하는 것이다. 리츠란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또는 부동산 관련 증권 등에 투자·운영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 투자 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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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의료원 부지 등 신규 택지들의 일부를 공공임대주택, 분양 주택과 함께 개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부지들은 공공 토지이기에 공시지가가 상대적으로 낮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낮은 공시지가와 표준건축비로 분양하면 시쳇말로 로또 분양이 된다. 주택 비축 리츠는 이 부지 일부를 개발해 준공한 뒤 곧바로 분양하지 않고 임대로 운영한 후 주택 가격 상승기에 매각해 주택 경기 조절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임대 후 적절한 시기에 분양하면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로또 분양 논란도 해소된다.

또 공공은 보유 토지나 주택을 현물 출자하고 나머지 자본금은 공모를 통해 조달함으로써 시중에 넘쳐 나는 부동 자금을 흡수할 수 있다.

리츠는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시중 임대료를 받는다. 그러나 공공은 보통주로 출자하고 일반 투자자들에게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제공하면 주택의 임대료 결정에 당국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매각도 강제로 임차인을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주한 가구들을 시중 가격보다 싸게 파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임대주택의 이주율은 매년 전체 재고의 12% 정도 된다. 주택 비축 리츠로 신규 건설하는 주택과 서울시가 구입하는 용적률 인센티브 주택 그리고 미분양 주택의 매입 등을 통해 20만 가구 정도를 확보한다면 주택 가격 조절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서울시 임대주택 공급 체계는 현재 공공과 민간임대주택으로 양분된다. 이것을 저소득 가구를 주 대상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과 소득은 높으나 자산이 적은 맞벌이 부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 비축 리츠 임대주택, 일반 민간임대주택 등으로 제공하면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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