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야당 국민의힘의 차기 당권에 도전하겠다며 총 10명이 국회 기자회견장이나 당사에서 출마선언을 했다. 지난 2019년 3명, 2017년 3명, 2016년 6명과 비교하면 확대된 인원이다. 21일 3선의 조해진 의원이 당 대표가 아닌 최고위원 출마로 선회했고 후보 간 단일화 변수도 남아있지만, 이번에 출마 선언문을 내놓은 10명은 당 안팎의 요구를 담고 당 진로에 대해 국민과 당원에게 다양하게 제시했다. 서울경제가 22일 조해진 의원까지 포함한 10명의 출마선언문을 전수 조사해 본 결과 당권주자 모두 ‘청년’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모두가 외친 ‘청년’…관련 단어만 70회
10명의 출마선언문에는 ‘청년’을 포함해 ‘젊은 세대’ ‘젊은층' 등 관련 단어는 총 70회 나온다. 이는 55회 언급된 ‘정권교체’ 보다 많은 수치다. 각 후보자마다 출마 선언에서 청년을 평균 7번 말한 셈이다. 지난 2019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시 황교안·오세훈 후보의 출마선언문에서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는 했지만 청년이 중심은 아니었다.
청년층 접근에 있어 각 후보자는 크게 ‘청년정치 확대’와 ‘청년문제 해결’ 두 가지 노선으로 나뉘었다. 우선 젊은 주자들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에 청년들이 들어와 정치를 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추겠다는 주장이 나왔다. “20세와 39세의 청년들에게 기초 및 광역자치의회 공천의 30%를 할당하겠다(김웅)”, “당헌당규를 개정해서 청년공천할당제를 명문화하겠다(김은혜)”, “30대 당 대표를 세울 수 있는 정당을 만들 것(조해진)”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당내 중진들은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대안 제시에 주력하는 모양새였다. “당대표가 위원장 맡는 당내 ‘청년실업 대책 특위’를 운영해 해결 방안을 제시하겠다(윤영석)”, “청년이 앞장설 수 있는 정책기구를 만들겠다(조경태)”,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혁파하겠다(주호영)”, “(청년문제 해결 위해) ‘청년청’ 신설을 위한 법안을 제출했다(홍문표)” 등이다.
한편, 청년 이슈를 비교적 강조하지 않은 후보자도 있었다. 나경원·신상진 전 의원이다. 나 전 의원은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의 현안부터 다양한 이슈에 대해 스마트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유능한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말했다. 신 전 의원은 “청년시절 민주화 투쟁과 노동운동(을 했다)”는 언급 외에 청년 관련 구상이 없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젊은 세대’를 상당 부분 강조하긴 했지만 “젊은 세대에게 약속해야 할 것은 개방이고 경쟁”이라며 가치적 측면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정권교체’ 강조했지만 ‘색깔론’ 없어지고 ‘변화’ 떴다
대선이 10개월도 채 남지 않은 만큼 각 후보자들은 ‘정권교체의 적임자’임을 자처했다. 단어 ‘정권교체’가 55회, ‘대선 승리’가 14회, ‘대통령 선거’가 5회 나오는 등 문재인 정권 심판은 하나의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모두의 내일을 만들기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정권교체다(김웅)”, “정권교체의 길을 찾아 다시 한 번 어둠 속으로 돌진하겠다(김은혜)”, “대선승리의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성취하여 정권교체의 꿈을 이루겠다(나경원)”, “통합의 기반을 튼튼하게 구축해 대선승리를 만들어내겠다(신상진)”, “정권교체를 위한 혁신과 통합의 기수(윤영석)”, “대선에서 멋지게 승리해 보이고 싶다(이준석)”, “반드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만들겠다(조경태)”, “정권교체 위해 완전연소하겠다(조해진)”,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던지겠다(주호영)”, “정권교체를 위해 피 한방울까지 다 쓰겠습니다(홍문표)”.
후보자들은 정권교체를 강조하면서도 현정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은 피했다. 색깔론이 사라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공격적인 단어가 중도층과 2030세대로의 지지 확장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 2019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와 비교하면 극명히 대비된다. 당시 1위를 한 황교안 후보는 출마문에서 “김정은을 칭송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세력들이 당당하게 광화문 광장을 점령하고 80년대 주체사상에 빠졌던 사람들이 청와대와 정부·국회를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위를 한 오세훈 후보도 “문재인 정권이 대한민국을 중환자로 만들었다”며 “김정은의 대변인 같은 대통령의 처신에 국가 안보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고 발언했다.
색깔론이 빠진 자리는 ‘변화’와 ‘혁신’이 채웠다. 후보자 10명의 선언문에서 ‘변화’는 42번, ‘혁신’은 50번, ‘통합’은 54번 등장한다. 이는 지난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이 60%가 넘는 표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당 지지율이 절반 가량에 머물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라는 직접적인 단어 대신 ‘야권’이라는 단어가 주를 이룬 것도 눈에 띤다. 후보자 10명의 선언문에서 ‘보수’는 11번으로 후보자 1명 당 1번 꼴이다. 반면 앞서 언급한 오세훈 후보의 출마문에서 보수는 12번 등장했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