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 이선호 父 “8년 간 일용직…이 일이 당연한 줄 알았다”

21일 산재대책 촉구 집회장서 “일용직 문제 짚겠다”

이 군도 일용직…작업장 안전 부실·불법 파견 의혹

우리 사회 일용직 민낯인 셈…父 “끝까지 싸우겠다”

고 이선호 군 아버지 이재훈씨가 22일 정부세종청사 앞에 설치된 아들의 분향소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제공=민주노총고 이선호 군 아버지 이재훈씨가 22일 정부세종청사 앞에 설치된 아들의 분향소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제공=민주노총




“저는 ‘그 회사’에서 8년 간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습니다. 전 이런 일용직이어서 당연히 이 일(일용직)을 해야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노동법에는 이렇게 일용직을 8년 간 시키면 안 된다고 써있었습니다.”



21일 고용노동부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열린 '산업재해 방지 대책 촉구 집회장'. 지난달 22일 평택항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이선호군 아버지인 이재훈씨가 집회장을 찾아와 한 말이다. 이 군도 아버지처럼 일용직이었다. 같은 직업소개소의 소개를 받고 일했다가 컨테이너에 깔리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이 군 아버지의 ‘일용직으로 일했다’는 고백은 우리 사회 일용직의 민낯처럼 들렸다. 이 군이 목숨을 잃은 사고 현장은 안전 관리 체계가 부실했다. 고용부 조사 결과 안전관리자의 사전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 군은 안전모조차 지급받지 못했다. 안전 법규 위반 사항만 10건이 적발됐다. 여기에 원청업체인 동방이 이 군을 불법적인 형태로 고용한 의혹(불법 파견)도 제기됐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이 군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직업소개업체는 원청업체인 동방과 인력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는 인건비, 근로시간, 시간외 수당, 업무내용, 투입인력 등이 기재됐다. 강 의원은 “이 인력공급계약서에 따라 이 군과 이 군의 아버지가 A사를 통해 동방 사업장에 투입됐다”며 “동방으로부터 직접 업무지시를 받았다는 점에서 동방이 불법적으로 인력 운영을 해온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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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현장의 문제’만이 아니다. 일용직 작업장과 고용형태는 곳곳에서 사고 위험과 불법 파견이란 담장 위를 걷고 있다. 이씨는 아들과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산재 대책 촉구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그는 “제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현대판 노비, 불법파견, 일용직, 비정규직 문제를 분명히 짚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13일부터 고용부 앞에서 산재 대책 촉구 집회를 시작했다. 지난달에만 47명의 근로자가 산재사고로 사망하는 등 산업 현장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사고를 당한 근로자 보상 체계를 개선하려는 목적도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작년 기준으로 산재 신청 뒤 처리까지 평균 172일이나 걸렸다"며 "산재처리 지연은 노동자에게 생계 곤란과 해고 위협의 고통을 만든다"고 말했다.

이 군의 아버지는 이날 고용부 앞에 차려진 시민 분향소에서 오열했다. 분향소에는 아들의 영정 사진이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아버지가 많이 울었다”며 “정말 너무 서럽게 울었다”고 전했다.

고 이선호 군의 아버지 이재훈씨가 22일 정부세종청사 앞에 마련된 아들의 분향소에서 아들의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사진제공=민주노총고 이선호 군의 아버지 이재훈씨가 22일 정부세종청사 앞에 마련된 아들의 분향소에서 아들의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사진제공=민주노총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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