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을 떠나기 전에 미국 첫 흑인 출신 윌튼 그레고리(Wilton Gregory) 추기경을 방문했다. 평소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이 많은 만큼 문 대통령이 이를 환기하기 위해 그레고리 추기경을 만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첫 일정으로 그레고리 추기경을 만나 한미 양국이 코로나19 극복과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시대적 과업을 함께 완수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성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그레고리 추기경은 최근 미국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아시아계 혐오 범죄에 대한 우려도 공유했다. 문 대통령은 평소 인종 간 화합을 강조해 온 그레고리 추기경이 한국 등 아시아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늘 관심을 갖고 기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그레고리 추기경이 빠른 시일 내 한국을 다시 방문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앞서 그레고리 추기경은 지난 2004년 아시아·남태평양 주교회의 참석을 위해 서울과 대전을 방한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그레고리 추기경을 이어주는 공통점은 종교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지난 2020년 10월 임명된 최초의 흑인 추기경으로 지난 2019년 4월부터 워싱턴DC 대교구 대주교직도 역임하고 있다. 문 대통령 역시 ‘디모테오’라는 세레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천주교 고위 인사와의 면담을 방미 일정에 넣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방문이 평소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이 많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노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했을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전달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는 갈 수 있다”고 적극 호응한 바 있다.
/워싱턴=공동취재단, 서울=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