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터리] 신기후체제 이행 위한 농업의 도전

허태웅 농촌진흥청장





친환경 연구 투자자로 변신한 빌 게이츠가 최근 10년간 몰두한 주제는 ‘기후변화’다. 그가 올 초 탄소 문명을 청정에너지 문명으로 전환하기 위해 전 지구인이 읽어야 할 필독서로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을 펴냈다.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담은 이 책에는 전 지구가 매년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을 기준으로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설명하고 있다. 한국의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은 지난 2018년 기준 전 세계 배출량의 1.43%를 차지한다. 1인당 배출량은 14.1톤에 달한다. 중국·미국·인도 등에 이어 세계 11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5위에 해당한다. 한국이 ‘기후 악당’으로 불리는 이유다. 정부가 오명을 씻기 위해 제시한 오는 2030년 감소 목표치는 2017년 배출량(7억 910만 톤) 대비 24.4% 수준이다. 2050년에는 탄소 중립(Net Zero)을 이루겠다는 비전도 발표했다.



2018년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총배출량의 약 2.9%이다. 상대적으로 에너지와 산업 분야의 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농업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낮은 편이다. 농업 내에서는 재배(벼 재배, 농경지 토양)와 축산(가축 분뇨 처리, 장내 발효) 비중이 높다. 2030년 감축 목표량은 2017년 배출량의 6.8%인 140만 톤이다. 넓은 토지를 활용하는 농촌은 탄소 중립 계획의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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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 중립을 위해 농업 분야는 저탄소 농업 기술 개발과 현장 보급에 집중하고 있다. 기후 의존도가 높은 농산업 분야의 과제는 기후위기로부터의 안정적인 식량 확보다. 국가 식량 안보와 2050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기후변화 적응 기술과 저탄소 농업 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보급·확산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기상 재해와 병충해 저항성이 강한 신품종을 개발하고 농장 맞춤형 기상 재해 조기 경보 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내재해형 재배 시설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기상 재해 조기 경보 서비스는 농장 단위의 상세 기상 예측 정보와 작물별 재해 예측 정보를 대응 조치와 함께 개별 농가에 알려주는 기술로 기대가 크다. 현재 섬진강 수계 29개 시군에서 시행 중이고 2027년까지 전국 155개 시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가적 위상이 달린 농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 통계 고도화를 위해 배출·흡수계수 개발과 더불어 선진국 수준의 배출량 산정에도 힘쓰고 있다. 벼 재배 논물 관리와 양분 관리 기술, 적정량의 질소비료 사용 기술, 가축 분뇨 에너지화 및 자원화 기술 등도 개발하고 있다.

탄소 중립은 세계 모든 국가가 참여해 실천해야 할 핵심 의제다. 2021년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구별하지 않고 예외 없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신기후 체제가 출범한 해다. 각국 대표들이 2015년 12월 파리기후협정을 극적으로 채택한 지 벌써 5년 6개월이 지났다. 파리협정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억제하고 나아가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류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 ‘지구 온도 1.5도 지키기’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손철 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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