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 중 고학년 학생이 저학년 학생을 무차별 폭행해 피해 학생의 얼굴 뼈가 부러지는 등 크게 다쳤다. 학교 측은 방과후 수업 관리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학부모 측은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방과후 수업이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4일 광주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2시 30분께 방과후교실 일환으로 배드민턴 수업을 받던 3학년 A군은 같은 학교 6학년 B군에게 폭행을 당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단축·교차 수업을 하고 있는 탓에 학년이 다른 두 학생이 함께 방과 후 수업을 듣는 상황이었다.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몸을 풀기 위해 피구를 하던 두 학생은 공을 던지는 문제로 다투다가 폭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군은 코피를 많이 흘리는 것 외에 육안으로 보이는 외상은 없었다. 이에 방과후 교사는 A군의 보건실로 데려가거나 학교에 보고하는 대신 코를 지혈한 뒤 A군의 어머니와 통화하고 A군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A군의 부모는 "싸우다가 다쳤다"는 말에 아이를 집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맞벌이를 하는 A군의 부모는 연락을 받고 급히 집으로 돌아와 아들의 상태를 살피던 중 A군이 갑자기 멈췄던 코피를 다시 흘리고 구토를 하자 병원으로 데려갔다. 검사 결과 A군은 얼굴 뼈가 부러지고 두개골에 금이 가는 등 최소 전치 12주의 진단을 받아 긴급 수술이 필요했다.
A군이 병원에 가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한 교장과 담임 교사 등 학교 측 관계자는 뒤늦게 병원으로 찾아왔다. A군의 부모는 "수업 시간 중에 심각한 폭행을 당했는데도 방치된 것과 다름없다"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가 더 큰 일이 생길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A군의 누나가 B군과 같은 반인 점을 고려해 분리 조치를 요구했으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학교 측은 A군의 누나는 직접 피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광주시교육청 등에 관계 규정을 질의한 뒤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은 사건 발생 직후 해당 방과 후 교사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목격한 학생 등을 상대로 사건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후속 조치를 위해 지난 21일에 이어 오는 27일 학교폭력전담기구 회의를 열고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한편 시교육청 주관의 학교폭력위원회 개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학교 관계자는 "방과 후 교사에 대한 안전 교육은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며 "방과 후 교실 수업까지 일반 교사들이 신경 쓰기에는 업무 과중 등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철저하게 피해자 중심의 원칙에 따라 이 사건을 조사·조치할 것"이라며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서부경찰서 역시 이러한 내용의 학교 폭력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