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AI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AI 기술이 필요한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정석근 네이버 클로바 CIC 대표)
네이버가 차세대 인공지능(AI)으로 일컬어지는 초거대(Hyperscale) AI를 25일 공개했다. 네이버에서 개발한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다. LG전자, SK텔레콤, KT 등 국내 대기업들이 초거대 AI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상용화 단계까지 끌어 올려 완성된 모델을 내놓은 것은 네이버가 처음이다.
정석근 네이버 클로바 CIC(사내독립기업) 대표는 이날 ‘네이버 AI 나우’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대형 AI 모델이 가져올 파괴적 혁신에 대한 기대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한국 AI 기술이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미 공개된 기술을 활용하고 따라잡는 수준에 그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AI 싸움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초거대 AI 개발에 본격 나섰다는 것이다.
초거대 AI는 그래픽장치(GPU), 서버 등 컴퓨팅 리소스와 처리 가능한 데이터량에서 기존 AI와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존 가장 앞서가는 초거대 AI로는 GPT-3이 꼽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주도로 설립한 ‘오픈AI’에서 개발했다. GPT-3의 경우 AI에서 시냅스(인간 뇌에서 뉴런 간 정보 전달의 통로 역할을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파라미터가 1,750억 개에 이른다.
다만 GPT-3은 영어 기반이어서 한국어 학습이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국내 기업 최초로 700페타플롭(PF·1페타플롭은 1초당 1,000조 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수준)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도입, 초거대 AI 개발에 착수했다. 이어 올해 1분기 개발을 마쳐 검색엔진에 일부 상용화했고 고도화작업이 진행 중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하이퍼클로바는 GPT-3을 뛰어넘는 2,040억 파라미터 규모다. 파라미터 수가 많을수록 AI는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하이퍼클로바는 GPT-3보다 한국어 데이터를 6,500 배 이상 학습했다. 학습 데이터 중 한국어 비중이 97%에 달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전세계 가장 큰 한국어 기반 초거대AI 모델인 것”이라며 “영어 중심의 글로벌 AI 모델과 달리 한국어에 최적화한 언어모델을 개발해 AI 주권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검색, 쇼핑, 지도 등 각종 서비스에 하이퍼클로바를 도입해 사용자 경험의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ㄴ이바’와 같이 잘못된 단어를 입력하면 ‘네이버’로 바로 잡은 형태로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식이다. 쇼핑에서는 마케팅 문구를 작성해주거나 공부할 내용을 빠르게 요약하고 모르는 내용을 질문했을 때 자연스럽게 답변해주는 일 등이 가능해진다.
정석근 대표는 “더 짧은 시간과 더 적은 리소스를 사용해서 이전에 우리가 상상만 했던, 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마저 가능해지는 새로운 AI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면서 “하이퍼클로바를 통해 중소상공인(SME)과 크리에이터를 포함해 AI 기술이 필요한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