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고위원 네 자리에 도전하는 10명의 후보들이 25일 ‘제 1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서 각자 정권교체에 대한 비전을 밝히며 맞붙었다. 비전대결의 구도는 그동안 소외됐던 보수 당원들을 중심에 놓는 정치를 하겠다는 측과 중도·혁신을 앞세워 개혁을 외치는 측으로 나뉘었다.
이날 오후 서울 상암동 누리꿈 스퀘어에서 진행된 비전발표회에서 후보자들은 일제히 내년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미경 전 의원은 “당원들과 국민들을 만나며 가장 많이 들었던 키워드가 ‘제발 이기는 야당을 원한다’였다”며 “국민의힘은 강철부대처럼 되어야 한다. 반드시 이겨서 강한 야당이 되어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 교체를 위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여의도 연구원을 확 바꿔야 한다. 당원이 내주는 아이디어를 정리해 여의도연구원에 넘기겠다”고 공약했다.
당 대표에 출사표를 냈다 최고위원 후보로 선회한 조해진 의원은 “내년에 우리 정권교체 못하면 망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정권권교체를 하지 못하면) 경제는 사회주의로 가고, 정치는 전체주의 독재로 가고, 외교안보는 한미일 자유동맹이 무너지고 사회주의 전체주의 동맹으로 간다. 검찰·경찰·법원은 정권의 하수인이 되고, 언론은 권력의 나팔수가 되고, 시민단체노조는 정권의 호위병이 되고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김일성 회고록을 외우고 있을 것”이라 열거했다.
후보자들은 정권 교체를 위해 나서겠다며 전통 보수 지지층과 당원들의 결집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재원 전 의원은 “당원들 사기가 바닥인데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라며 “우리 당의 개혁은 바로 당원들의 권리를 되찾아주는 길이다. 그래서 천하무적의 국민의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던 도태우 대구시당 인권위원장은 “4·15 부정선거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했고 김일성 회고록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며 “전직 대통령을 감싸 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진정성의 바탕에서 역사를 주도하는 정당이 태어날 것”이라 주장했다.
배현진 의원은 “국민과 당원을 진짜 최고로 만들어주는 진짜 최고위원이 될 것”이라며 “당이 가장 어려웠던 2018년에 입당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리고 바람이 부나 당원들 곁에 있는 걸 감사해하며 곁을 지켰다”고 당심에 호소했다. 조대원 전 경기도 고양시 정 당협위원장도 “대한민국은 보수의 나라”라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외치는 사람들, 황교안 지도부 아래서 우리당 총선을 망치고 나온 사람들부터 퇴출시켜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원영섭 전 미래통합당 조직부총장 역시 “위기 때 탈당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어려울 때 당을 지킨 당원을 적폐로 공격하고 투표권까지 뺏으려 했다. 그동안 보수 지도자들의 행태는 비겁 그 자체였다”며 ‘진짜 보수’를 자처했다.
개헌론을 주장한 후보도 있었다. 천강정 경기도당 치과의사네트워킹위원장은 “임기 끝날 때마다 대통령이 논란이 되는 대통령제를 끝낼 때가 됐다. 대기업을 쪼갤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권한을 조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황교안 전 대표는 국민의힘의 소중한 자산이다. (대선에서) 역할을 하시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중도 확장과 혁신을 주장한 후보들도 눈에 띄었다. 조수진 의원은 “아스팔트 보수 같은 극단에 더 기대서는 안 된다”며 “당 대표를 도와 중도 실용과 민생에 입각한 수권정당의 비전과 정책을 만들겠다”고 ‘올드 보수’와 각을 세웠다. 그는 “호남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서울의 당협위원장이다. 40대다. 중학생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주부다”라며 “우리 당에 부족하다고 지적되는 부분을 저부터 채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영 의원은 “선거는 과학이다. 대선은 데이터 전쟁이다. 데이터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디지털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내년 대선에도 드루킹 같은 사이버 공격에 대책 없이 망가질 것이냐”며 카이스트 대학원 최초로 암호학을 전공한 경력을 내세웠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