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이라는 전인미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변화를 주도하는 지방정부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일방적인 정책은 단기간에 일부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 달성과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역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오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에 지방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면서 행정안전부는 지역사회에 밀착한 맞춤형 정책을 통해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전수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행안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으로는 지역문제 해결 플랫폼이 꼽힌다. 지역주민, 공공기관, 전문가, 대학, 지자체 등이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지역협업체계의 일종이다. 민간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탄소중립 달성과 지역공동체 활성화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19년 도입된 이래 올해 10개 광역자치단체로 확대됐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해 8월 대전에 개점한 친환경 카페 ‘자양분’이 있다. 대전시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이 카페는 기후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을 쓰지 않은 것으로 원칙으로 하되 이색적인 운영 방식을 도입했다. 이 중 재질에 따라 다양한 플라스틱을 분류해 수거하는 ‘플라스틱 정류장’은 자원순환의 새로운 롤모델을 선보이며 지역주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거점별 소통협력공간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전진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각종 지역문제를 주민이 주도적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분권과 지역공동체 활성의 마중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주민들이 제안한 다양한 의견을 취합한 뒤 이동식 리필숍 ‘담아가게’를 선보인 강원 춘천시가 대표적이다.
정부의 한국형 뉴딜과 연계해 추진되는 지역균형 뉴딜사업도 지방정부의 탄소중립을 앞당기는 기폭제로 자리잡고 있다. 지자체에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판 뉴딜에 포함된 지역사업에 지방비를 매칭하는 사업, 지자체가 자체 재원과 민간 재원을 활용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협업하는 사업으로 세분화한 것이 특징이다. 지자체와 민간의 협업까지 자발적으로 이끌어 내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행안부는 낙후된 중공업도시에서 세계적인 탄소중립 모범도시로 부상한 스웨덴 말뫼시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한때 스웨덴 3위 도시였던 말뫼는 유럽 조선업의 메카로 불렸지만 한국을 비롯한 후발국의 경쟁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이후 신재생에너지의 전면 도입과 보행자 중심 생태교통 체계를 구축해 주요 선진국의 부러움을 받는 에너지자립도시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말뫼는 지난 20년 동안 탄소감축 노력을 진행한 결과 주민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에너지 절약 건축물 건립을 의무화하고 가구당 전기 사용량을 제한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도 주효했지만 시민들의 참여와 실천이 결정적인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말뫼는 오는 2030년 도시 전역에 신재생에너지만 허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파격적인 정책을 잇따라 선보이며 탄소중립 달성과 에코도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역사회를 주축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과 대안이 이뤄졌을 때 진정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며 “탄소중립 달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업을 이끌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