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내연기관차 라인업 절반을 단종시킬 방침이라고 로이터가 27일 보도했다. 전기차 전환 트렌드가 부각되면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대차 최고경영진은 지난 3월 이같은 전략을 승인했다. 단종 시점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연구개발(R&D) 역량을 전기차와 배터리, 연료전지 등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이전까지 동남아·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 수요를 고려해 내연기관 역량을 당분간 이어간다는 방침이었다. 세부적으로는 2025년까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신차를 12종 이상 선보이고,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0% 달성하겠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 및 연비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기차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주요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친환경차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점도 수요 확장에 한몫했다. 시장조사 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30만 대 수준이었던 미국 내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오는 2025년 320만 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고배기량 ‘타우 엔진’ 단종 수순에 들어간 점도 이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출시할 신형 G90과 K9 라인업에서 타우 엔진이 적용됐던 5.0ℓ 가솔린 모델을 제외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열리면서 전환 시점을 앞당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타우를 시작으로 내연기관 종말 흐름이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해외 경쟁사들은 앞서 내연기관 포기 선언에 나섰다. PSA(푸조-시트로엥) 그룹은 지난해 11월 크라이슬러와 합병해 스텔란티스를 출범하기 직전 내연기관 엔진에 더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했다. 독일 다임러는 최근 내연기관 엔진을 재편성했으며 중국 지리차가 소유한 스웨덴 볼보는 2030년까지 완전 전동화하겠다고 했다.
로이터는 한 관계자를 인용해 “현대차는 향후 6개월 이내에 전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