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거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강해지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가계신용이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이다. 지난해 1분기 말에 비하면 1년 새 153조 6,000억원(9.5%)이나 불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만 37조 6,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1분기에만 주택담보대출(잔액 931조원)이 20조 4,000억원,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735조원)도 14조 2,000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최근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시중금리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며 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이미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다. 한은의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4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2.91%로 3월(2.88%)보다 0.03%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1월(2.95%)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73%로 한 달 새 변화가 없었지만, 2019년 6월(2.74%) 이후 최고 수준을 두 달 연속 유지했다. 일반신용대출 금리(3.65%)도 지난해 8월(2.86%)과 비교하면 약 1%포인트(0.99%p) 높아진 상태다.
대출금리의 기준금리가 되는 채권금리도 오르고 있다. 2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앞날보다 3.8bp(1bp=0.01%포인트)나 오른 연 1.162%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5년물, 2년물도 각 2.1bp, 3.5bp, 3.2bp 뛰어 연 2.132%, 연 1.673%, 연 0.957%에 이르렀다.
금리가 올랐을 때 가계의 이자 부담은 얼마나 늘까. 한국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 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 8,000억원 증가한다. 이는 소득분위별 가계대출(금융부채) 가운데 약 72%를 변동금리 대출로 보고 분석한 결과다. 같은 방법으로 금리가 0.5%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5조 9,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대출금리가 1%포인트 뛰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도 5조 2,000억원이나 커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