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의 대권 후보 출마 선언에 참석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2일 열린 양승조 충남도지사의 대선 출마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데 이어 지난 27일 이광재 의원의 출마 선언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대표가 이광재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식에 참석한 날은 자신의 대담집 ‘이낙연의 약속’ 출판 기자간담회 일정과 겹쳤다. 이 전 대표는 이 의원의 출마선언식에서 축사를 하느라 기자간담회에 예정된 시간보다 15분 가량 늦게 도착하기도 했다. 이광재 의원의 출마선언식에는 이 전 대표 뿐만 아니라 정세균 전 국무총리까지 참석해 덕담을 건넸다. 이 전 대표는 “이 의원은 민주당뿐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에서 매우 드물고 소중한 지도자”라고 추켜세웠고 정 전 총리는 “이 의원은 민주당의 적통이자 대들보”라고 강조했다.
그간 정치권에서 한 대선 후보가 다른 후보의 출마선언식에 나타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었다. 그날 출마를 선언하는 후보에게 쏟아져야 할 스포트라이트가 다른 후보에게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는 대권 후보들 간의 사전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을 돕는 한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출마선언식에 온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라며 “서로의 출마 선언식에 가서 덕담하는 것은 민주당이 원팀이라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후보들끼리 서로 합의를 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어색하다”면서 “정치 상식에 대권 주자가 다른 후보 출마식에 나타난 다는 것은 정치 도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서는 이에 따라 이 전 대표가 다른 당내 후보 출마선언식에 나타나 얼굴도장을 찍는 것은 차후 ‘결선투표’를 대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지사가 여당 대권 후보들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반(反) 이재명 공동전선이 펼쳐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경선 규정에 따르면 1차 투표에서 최대 득표자의 득표율이 과반에 미달할 경우 1,2위 간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경선이 이 지사와 친문 그룹 간의 양자 대결 구도로 흘러갈 수 있는 셈이다. 이 전 대표는 이같은 추측에 말을 아꼈다. 그는 27일 출판기념회 후 ‘이광재 출마행사에 참석한 것이 반(反)이재명 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선수들에게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 관전자들이 보면 더 정확하게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