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의 대명사’ 문경준(39·NH농협은행)은 ‘감사맨’으로도 유명하다. 대회를 마칠 때마다 주최사와 골프장 등에 대한 감사 인사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그가 특별히 장문의 메시지를 준비하게 됐다. 6년 만에 우승 감격을 다시 누렸기 때문이다.
문경준은 30일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GC(파72)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총 상금 7억 원)에서 합계 8언더파 208타로 정상에 올랐다.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아 3타를 줄인 그는 2위 함정우(27·하나금융그룹·7언더파)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1억 4,0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2015년 GS칼텍스 매경오픈 제패 이후 6년, 69개 대회의 두드림 만에 거둔 통산 두 번째 우승.
문경준은 테니스 선수를 하다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접했다. 시작은 늦었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입문한 지 3년 만인 2004년에 KPGA 프로가 됐고, 2년 뒤인 2006년에 정규 투어에 데뷔했다. 10년 차이던 2015년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첫 승을 차지하며 정상급 반열에 오른 그는 2019년 준우승 1회를 포함해 톱 5에 5번 입상하며 제네시스 대상 등 4관왕을 차지했으나 정작 우승컵은 만져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3위를 두 번 했던 그는 이번 시즌 4번째 출전 대회에서 마침내 긴 무관의 터널을 빠져나왔다.
첫날 이븐파에 그쳤던 문경준은 이틀째 경기가 악천후로 취소돼 하루를 쉰 뒤 2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공동 2위로 올라섰다. 이날 1타 차 선두 서형석(24·신한금융그룹)과 맞대결을 벌인 문경준은 중반까지는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서형석이 보기를 범한 13번 홀(파3)에서 동타를 이룬 문경준은 이어진 14번 홀(파4)에서 사실상 우승을 예약했다. 세컨드 샷을 한 볼이 그린에 한 번 튀긴 뒤 핀에 맞고 1.5m에 멈췄고 버디로 연결했다. 서형석이 보기를 범하면서 단숨에 2타 차 선두로 치고 나갔다. 함정우가 17, 18번 홀 연속 버디로 뒷심을 발휘하며 1타 차로 추격했지만, 문경준은 남은 홀들을 안전하게 파로 마무리해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이 대회가 열리지 않아 2년 만에 2연패를 노린 서형석은 이날 타수를 줄이지 못해 김태호, 캐나다교포 저스틴 신과 함께 공동 3위(6언더파)로 마감했다.
‘10대 돌풍’ 김주형(19·CJ대한통운)은 3타를 줄여 공동 6위(5언더파)에 올랐다. 전날 슬로 플레이로 경고를 받은 김주형은 이날 두 번째 경고로 1벌타를 보태 순위 손해를 봤다.
문경준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다. 첫 승 이후 여러 차례 기회를 놓쳤는데 오늘 얻은 자신감으로 더 좋은 경기를 펼칠 것”라고 소감을 밝혔다. 세 아이를 둔 그는 “아빠 우승했다. 고기 먹자”라고 외치며 활짝 웃었다.
/박민영 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