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를 향한 비난여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아직 백신 공급 계약을 맺지 않은 미국 화이자 측에 뇌물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봉쇄조치를 해제하면서 “2021년 2월 말까지 1,000만명의 아르헨티나인이 백신 접종을 받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반년 가량이 흘렀지만 이 약속은 여전히 이행되지 않았다. 전국민 4,500만명 중 900만명만이 1회분 접종을 마쳤으며 2회 접종까지 마친 이들은 250만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남반구인 아르헨티나는 겨울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브라질과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우려도 여전하다.
이 때문에 봉쇄령이 다시 시행돼 여론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 22일부터 이달 말까지 9일간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봉쇄된다. 이 기간 일부 필수 업무를 제외한 모든 사회, 경제, 교육, 종교, 스포츠 활동 등이 정지된다. 시민들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거주지 근처에서만 이동이 가능하다. FT는 “아르헨티나가 봉쇄조치를 단행했는데 이미 한계에 다다른 재정상황과 겹쳐 지난 3년 간의 경기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더구나 백신 문제로 코너에 몰린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화이자 백신 공급과 관련해 뇌물 요구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야당 대표 정치인인 패트리샤 불리치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백신 공급에 접근하는 대가로 화이자 측에 뇌물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불리치를 고소했다. 불리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겨냥해 “얼마든지 저를 고발할 수 있지만 백신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며 당신은 화이자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명확히 밝히지도 않았다”고 올렸다.
불리치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향해 화이자와 지난해부터 논의 중인 백신 공급계약이 왜 아직도 한번도 성사되지 않았는지 설명을 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이와 관련해 화이자 측은 성명을 통해 “자사는 부당 지급에 대한 요청을 받지 않았다”면서 “코로나19 백신 제공에 중개업자, 민간 유통업자, 대리인을 활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백신접종 속도가 느린 와중에 아르헨티나 정부가 화이자 측에 뇌물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여론의 공분은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르헨티나는 화이자와 계약에 도달하지 않은 것을 물론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도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 시노팜의 경우 아르헨티나에 400만회분을 공급했다. 이와 관련해 야당 측은 좌파 성향의 페르난데스 정부가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해 백신을 받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달 코로나19에 걸린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37.3도의 열과 함께 약간의 두통이 있다가 코로나19 항원검사를 받았는데 양성이 나왔다"고 밝혔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올해 초 이미 러시아산 '스푸트니크 V' 백신의 두 차례 접종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