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시진핑의 계속된 자충수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신장·코로나에 강경론 되풀이

전세계적 적대감 증폭시키고

자국 첨단산업엔 규제 올가미

중앙집권 정치의 한계 드러내





거의 모든 이슈에 의견 대립을 보이는 미국의 양대 정당이 단 한 가지 사안에서만큼은 거의 완벽한 초당적 자세를 취한다. 둘 사이의 교집합은 중국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 선봉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 있다. 그는 “중국이 우리의 점심을 먹어 치운다”고 경고한다. 그런가 하면 조시 홀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중국이 ‘세계 지배’라는 그들의 목표를 향해 줄달음질 치고 있다며 목청을 높인다. 이에 질세라 외교 전문가들도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과 백신 외교로 자국의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을 쏟아낸다.



정말 그런지 어디 한번 짚어보자. 코로나19의 기원에 관해 중국이 은폐와 기만으로 일관하자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들끓고 있고 급기야 바이든 대통령까지 목소리를 보탰다. 국제사회의 투명한 진상 규명 요구를 외면한 채 자기방어와 조사 방해에 주력하는 중국의 태도는 끝없이 퍼져가는 의혹과 음모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중국의 태도는 거듭 반복되는 거대한 패턴의 한 부분일 뿐이다.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해온 유럽연합(EU)과의 무역 및 투자 협정은 중국 측의 과잉 반응으로 인해 좌초됐다. 지난 3월 EU는 중국이 신장에서 집단 종족 학살 행위를 저질렀다는 미국의 주장을 공식적으로 수용하지 않았지만 네 명의 해당 지역 관리들과 공안국에 경미한 일련의 제재를 가했다.

이에 대한 베이징의 대응 공격은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스튜어트 라우가 지적하듯 충격적이었다. 중국은 EU 전체를 대상으로 제재에 나섰다. 제재 대상에는 EU 정치안보위원회는 물론 유럽의회 인권소위원회, 다섯 명의 유럽의회 중견 의원들과 학계의 중국 전문가들이 포함됐다. 당연히 유럽은 쌍무협정에서 완전히 발을 뺐다.

중국의 주요 교역국인 호주와의 관계도 흔들렸다. 호주는 중국의 무역과 인권 문제에 점차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늘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지난해 호주 정부는 코로나19의 기원에 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베이징은 모든 종류의 교역 제한 조치를 취했고 현지의 중국 대사관은 호주가 양국 관계에 독을 뿌렸다며 “호주의 언론과 싱크탱크들은 중국을 겨냥한 부정적인 보고서 발표를 중단하라”는 턱없는 요구를 했다. 결국 호주 정부는 4월 중국과 체결한 일대일로 협약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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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의 관계도 살펴볼 만하다. 지난해 중국군은 인도군과 집단 난투극을 벌였고 히말라야 동토 국경을 따라 100평방마일에 해당하는 땅을 수중에 넣었다.

그 결과 반중국 연맹에 합류를 꺼렸던 인도의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 인도 정부는 중국산 애플리케이션의 국내 사용을 금지했고 중국 기업들이 인도의 5세대(5G) 네트워크 구축 작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지난해 인도는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호주와 일본이 참여하는 대규모 해상 훈련에 합류했다.

대만과 일본을 비롯한 남중국해 인근 국가들도 중국의 도발적인 해상 순찰과 국익을 앞세운 온갖 형태의 위협에 할 말이 많다.

중국의 현 외교정책은 인내심을 바탕으로 장기적이면서도 온건한 접근법을 취했던 덩샤오핑 시대 및 그 직후의 외교정책과 큰 차이를 보인다. 그 당시 베이징의 핵심 외교정책은 자국의 폭발적인 경제성장이 다른 국가들의 반감과 경계심을 자극해 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다독이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후진타오 주석의 보좌관이었단 정 비지안은 중국의 야망과 전략을 표현하는 ‘평화로운 부상(peaceful rise)’이라는 조어를 만들어냈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금의 중국 정부는 상대국을 모욕하고 충돌을 일삼는 이른바 ‘늑대 전사’ 외교를 구사한다.

중국의 현재 외교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세계의 지도국들로 하여금 베이징이 오랫동안 중단하려 노력했던 정책을 채택하도록 유도하는 일련의 ‘자체 목표’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또한 글로벌 이미지 손상에 따른 결과로 중국의 소프트 파워도 크게 쇠퇴했다. 중국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부정적 시각은 2017년 47%에서 2020년에는 73%로 치솟았다. 미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같은 기간 중국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캐나다의 경우 40%에서 73%로, 영국은 37%에서 74%로 뛰었고, 한국은 61%에서 75%로, 스웨덴에서도 49%에서 85%로 치솟았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단일 주제로는 중국을 향한 대중적 적대감이 단연 첫손가락에 꼽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내외적으로 중국의 접근법을 바꿔놓았다. 대내적으로 그는 자신과 당의 권력을 공고히 했고 경제정책에 관한 당의 통제력을 강화했으며 최근 수개월 동안 중국 경제의 가장 혁신적인 분야(최첨단 산업)에 제동을 건 반면 가장 비생산적인 분야(옛 관영기업들)에 특혜를 베풀었다. 대외적으로 시 주석은 전투적이고 예측이 불가하며 때로는 감정적인 외교정책을 추구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는 국제사회의 현명하고 생산적인 일원이라는 어렵사리 얻은 평판을 스스로 해체했다. 이 모든 것은 중앙집권화된 정치와 공격적인 외교정책으로 대변되는 마오쩌둥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마오쩌둥 시대는 좋은 결실을 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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