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제조업 상장사들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69%에 달해 실물경제 상황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경제에서 고용은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많기 때문에 고용 측면에서 증시와 괴리감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실물경제 대표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코스피지수는 코로나19 위기 전 지난 2019년 4분기보다 45.2% 오른 반면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은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도환 한은 조사국 과장은 이 같은 ‘주가·실물경기 괴리’의 원인에 대해 “거시 금융정책의 완화 기조와 경제 주체의 자산 가격 상승 기대가 원인이지만 실물경제 충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증시의 구조적 요인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증시의 시총에서 제조업 비중은 2015∼2020년 평균 68.8%에 이르는데 실물경제에서 제조업의 평균 부가가치 비중은 36.3%에 불과하고 서비스업이 51.4%로 훨씬 크다. 고용 비중을 따지면 서비스업(67.3%)과 제조업(18.6%)의 격차는 더 커진다. 한은이 증시의 시가총액이 실물경제상 부가가치를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비(非) 대표성’ 지표를 추산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비대표성 지표(0∼100%)는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 비중과 부가가치 비중 간 차이(절댓값)의 합으로, 지표 수치가 높을수록 시가총액의 실물경제 대표성이 낮다는 뜻이다. 이는 다시 말해 해당 산업이나 기업의 시가총액이 실물경제상 비중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5년간 전산업·제조업·서비스업 시가총액의 부가가치 비대표성은 각 30%, 23%, 40%로 추산됐다. 서비스업 시가총액이 실제 부가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도가 제조업의 약 두 배에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증시에서는 삼성전자·현대차 등 제조업체의 시총 비중이 경제 전체에서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중보다 훨씬 커 실물경제와 고용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코로나19가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에 더 큰 충격을 주면서 국내 증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회복한 반면 소비와 고용 등 실물경제 회복 속도는 더딘 측면이 있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는 내수·서비스업보다 수출·제조업 위주여서 대외 충격에 취약하다”며 “경기 선행지표로서도 전체 경제가 아닌 제조업 생산·수출 정보를 주로 제공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