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관련, 미국을 겨냥해 “고의적인 적대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구역질이 난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위당국자가 아닌 외교전문가 논평 형식으로 비난 수위를 낮췄지만, 미사일 개발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읽힌다며 우려를 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의 논평 형식을 빌려 한미 정상회담 이후 9일 만에 나온 북한의 첫 반응을 보도했다. 논평은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를 두고 “탄두중량제한을 해제한 것도 모자라 사거리 제한 문턱까지 없애도록 한 미국의 처사는 고의적인 적대행위”라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인 동시에 파렴치한 이중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용적 접근’과 ‘최대 유연성’을 강조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그저 속임수”라고 평가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 지침만 언급한 데 대해 “우리나라가 사정거리와 탄두 중량 제한 없이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되자 실질적 위협으로 파악하고 먼저 반응한 것”이라며 “아직은 북미 간 탐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논평은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군비 경쟁을 더욱 조장하여 우리의 발전을 저해하려는 것”이라며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저들이 추구하는 침략 야망을 명백히 드러낸 이상 우리의 자위적인 국가방위력강화에 대해 입이 열개라도 할 소리가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군비 경쟁을 이유로 미사일 개발의 ‘자의적 조치’를 정당화하면서 향후 미사일 발사 시험 재개 가능성을 예고했다”며 “KN-23 등 전술핵무기 발사가 시행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나아가 논평은 문 대통령을 겨냥해 “일을 저질러놓고는 죄의식에 싸여 이쪽저쪽의 반응에 촉각을 세우고 엿보는 꼴사나운 행태에 구역질이 난다”고 맹비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지난 21일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말한 데 대한 반응이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