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자의 눈] 불신 해소의 답은 경찰이 쥐고 있다

김태영 사회부 기자





‘경찰, 66년 만에 숙원 이뤘다.’

지난해 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언론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말이다. 그동안 검찰의 수사 지휘로 온전한 수사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경찰에 수사권 조정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래 66년간 풀지 못한 숙원이었다.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된 지 꼭 5개월이 흐른 지금, 현장 경찰관들은 숙원 성취보다는 또 다른 숙제를 떠안은 기색이 역력하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 제한으로 경찰이 처리해야 할 고소·고발 사건은 넘쳐나고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각종 행정 업무도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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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보다 현장 경찰관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경찰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불신 가득한 시선이다. 지난해 불거진 ‘정인이 사건’ 당시 경찰의 초동 대응이 논란이 된 데 이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은 경찰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웠다. 당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이 차관을 입건도 하지 않은 채 내사 종결한 경찰은 구체적 신원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차관이 유력 인사라는 점을 경찰이 알고 있었고 서울경찰청에 세 차례나 보고됐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명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경찰이 자초한 불신은 한강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 씨 사건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사건 초기부터 손 씨 친구의 친인척이 경찰 간부라는 등 온갖 가짜 뉴스가 이어지자 이례적으로 수사 진행 상황을 요약한 23쪽 분량의 문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사건을 담당하는 서초경찰서는 7개 강력팀을 모두 투입하고 실시간으로 수사 상황까지 공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찰이 사건을 덮고 있다’는 의혹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수사권 조정의 원년, 안팎으로 바람 잘 날 없는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답은 경찰 내부에 있다. 비대해진 권한만큼 수사 역량을 키우고 투명성을 확보해 국민 불신을 스스로 해소해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66년 숙원이 ‘숙환’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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