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관련 기저 효과와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등 대부분 제품군의 수출 급증으로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5%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수출 상승 폭은 이른바 ‘3저 호황’ 시기였던 지난 1988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최대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은 5월 수출액이 507억 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5.6% 증가했다고 1일 밝혔다. 15개 주력 품목 가운데 14개가 증가했고 이 중 13개 품목은 두 자릿수 이상 증가율을 나타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전 세계를 휩쓸던 지난해 5월 수출이 23.7% 급감했던 기저 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수출 증가 추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5월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4억 2,000만 달러로 49.0% 늘었다.
5월 기준으로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간이던 2018년 5월(506억 9,000만 달러)도 가뿐히 넘어섰다. 반도체 수출(24.5%)은 11개월 연속 증가하며 2018년 이후 처음 100억 원을 돌파했다. 자동차 수출도 93.7% 늘며 14년 8개월 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고, 석유화학(94.9%), 석유제품(164.1%) 등도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선박은 주요 품목 중 유일하게 감소세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미국(62.8%), 중국(22.7%), 유럽연합(62.8%), 아세안(64.3%), 일본(32.1%), 중남미(119.3%), 인도(152.1%), 중동(4.6%), 독립국가연합(36.5%) 등 9대 지역에서 모두 증가했다. 10년 만에 처음이다. 올 들어 5월까지 누적 총수출액은 2,484억 달러, 일평균 22억 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모두 역대 1위로 연간 수출액이 6,000억 달러를 넘었던 2018년 1~5월의 총수출 2,456억 달러, 일평균 22억 달러를 웃돌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최근 글로벌 경기 업턴(상승 반전)과 세계 교역량이 확대되는 가운데 우리는 제조업의 높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보다 더 높은 복원력을 보이고 있다”며 “코로나19 기저 요인을 훌쩍 뛰어넘는 호조세”라고 평가했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은 수출의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공급망과 물류 차질 등 여전히 리스크가 남아 있는 만큼 관계 부처와 함께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며 “무역금융, 비대면 마케팅 등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원자재 가격도 수출 리스크 요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수출 전망 조사에서 하반기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5.2%)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하반기 수출 증가 기업보다 감소 기업이 더 많다면 업종과 기업별로 실적이 갈리는 K자형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수입액은 37.9% 증가한 478억 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29억 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13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