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003240)이 9년 만에 설비투자를 재개한다. 지난 2012년부터 이어진 총수 부재로 성장이 정체됐던 태광산업이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태광산업과 LG화학은 2일 합작 투자법인(JV) TL케미칼을 설립해 고기능 합성수지(ABS)와 NB라텍스 소재로 쓰이는 아크릴로니트릴(AN) 설비를 증설한다고 밝혔다. 태광산업이 다른 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우는 것은 지난 1950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TL케미칼 지분 비율은 태광산업 60%, LG화학 40%로 합의를 봤다. 총 출자 금액은 1,213억 원이다. 양사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합작법인은 태광산업 울산 1·2공장 인근에 들어서며 오는 2024년 상업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연간 26만 톤 규모의 AN을 생산해 태광산업과 LG화학에 공급하게 된다. 태광산업은 울산 3공장에서 연 29만 톤의 AN을 생산하고 있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태광산업의 AN 생산 능력은 55만 톤으로 확대된다. 2019년 현재 태광산업의 AN 부문 시장점유율은 약 33%다.
태광산업과 LG화학이 AN 증설에 함께 나선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회용 위생용품과 가전·자동차 분야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좋은 ABS와 NB라텍스를 생산하는 LG화학으로서는 원재료인 AN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태광산업은 든든한 수요처를 확보한 셈이다. LG화학은 연간 200만 톤의 ABS를 생산하는 글로벌 1위 사업자다. 의료용 고무장갑 등의 소재로 쓰이는 NB라텍스도 오는 2025년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생산능력을 100만 톤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합작 투자를 이끌어 낸 정찬식 태광산업 석유화학 부문 대표는 LG화학 ABS사업부장 출신으로,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과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태광그룹 자체적으로는 이번 투자가 오는 10월 이호진 회장 만기 출소를 앞두고 설비투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의미가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 2012년 이 회장이 배임·횡령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오너 리스크에 빠져 이렇다 할 투자가 전무했다. 태광의 한 관계자는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주요 투자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