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이 올해 1분기에만 은행에서 10조 원 넘는 돈을 빌리면서 전체 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 400조 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업황 회복이 더뎌지자 자영업자들이 빚을 내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기업의 운전자금 대출이 늘어나 코로나19 이후 실적 회복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21년 1분기 예금 취급 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비법인기업의 예금은행 대출 잔액은 409조 1,000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대비 10조 5,000억 원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4.4% 증가했다. 비법인기업은 자영업자의 대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예금은행이 아닌 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 취급 기관의 전체 대출 증가 폭은 17조 3,000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15조 원) 대비 소폭 늘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비은행예금 취급 기관의 비법인기업 대출 규모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법인기업보다 비법인기업이 비은행예금 취급 기관을 주로 이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자영업자 빚은 400조 원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비은행예금 취급 기관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비법인기업의 대출 비중이 높다”며 “다만 전산 시스템이 갖춰진 예금은행과 달리 비은행예금 취급 기관은 현재 시험 편제 중이라 공표할 수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전체 예금 취급 기관의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1,435조 8,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42조 1,000억 원 늘어나 전 분기(27조 7,000억 원) 대비 증가 폭이 확대됐다. 제조업(7조 1,000억 원)과 건설업(2조 4,000억 원)이 증가세로 전환한 가운데 서비스업은 31조 1,00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다만 제조업 등은 업황 호조 속에서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일시 상환했던 자금을 다시 취급하면서 대출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서비스업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업종의 자금 수요 증가와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 등으로 대출이 늘었다. 용도별로는 운전자금이 25조 5,000억 원 늘면서 전 분기(10조 7,000억 원) 대비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시설 자금은 16조 7,000억 원 증가해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