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003920)의 새로운 주인이 되는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남양유업 오너일가의 파킹거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앤컴퍼니는 재매수 조건이 없는 진성 매각임을 강조했다.
2일 한앤컴퍼니는 국내 최초로 투자회사에 집행임원제도를 남양유업에도 도입해 투명한 경영과 관리, 감시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집행 임원제도는 집행 임원이 이사회로부터 업무에 관한 의사결정권과 집행권을 위임받아 이를 결정하고 이사회는 집행임원을 감독하는 시스템이다.
사모펀드 운용사가 인수회사의 경영 효율화와 이익 실현에 초점을 두지만,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의 체질 변화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너일가 리스크로 악화한 남양유업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한 조치다. 대리점 갑질 사태와 창업자 외손녀 황하나씨 논란, 지난해 경쟁사 비방 댓글 조작 사건, 올해 불가리스 파문이 연이어 터지며 불매운동으로 이어졌고 남양유업의 실적도 함께 추락한 바 있다.
그동안 한앤컴퍼니의 투자 전력을 살펴보면 체질 개선과 추가 투자를 통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보여왔다. 국내 전용선 사업점유율 1위 해운사 에이치라인해운의 경우 장기 투자 전략과 효율적인 경영 전략으로 지난 6년간 30% 이상의 매출 상승을 보였다. 쌍용C&E(옛 쌍용양회)의 경우 대한시멘트, 유진기업 광양시멘트공장 등과 합병해 현재는 환경사업 종합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국내 투자 포트폴리오 인수 후 실적이 나빠지거나 실패한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게 한앤컴퍼니의 설명이다.
특히 한앤컴퍼니의 과거 식음료 분야 투자도 재조명되고 있다. 적자였던 웅진식품이 5년 간의 경영 작업 끝에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한 이력이 있다. 남양유업 인수 후에는 대한항공 기내식 기판사업과 보유 중인 호텔 등 기존 포트폴리오와 연계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파킹딜’ 의혹에 대해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이번 주식매매계약에서 오너일가에 콜옵션이나 우선매수권 등의 조건을 제공하지 않은 ‘진성 매각’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임직원의 고용을 승계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단기간의 수익이 아닌 장기투자와 안정적인 운영을 기반으로 기업가치 상승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거듭 입장을 밝혔다.
2010년 회사 설립 후 국내에서 25건의 경영권 인수를 진행한 한앤컴퍼니는 올해 3월 말 기준 운용자산(AUM) 9조4,000억 원을 보이고 있다. 투자한 포트폴리오 기업의 총매출은 연간 13조 원이 넘고, 고용 인력은 3만명 수준으로 집계된다.
/조윤희 기자 choy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