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뛰어든 가운데 부산시가 공모를 통해 입지를 선정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부산시는 3일 문화체육관광부를 방문해 공모 절차를 밟아 미술관 입지를 선정해 달라고 공식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건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달 13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모 제안 의사를 밝힌 후속 조치에 따른 것이다.
당시 박 시장은 “전문가들이 입지 선정, 운영 방식, 선정 기준을 정확하게 세워 유치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문체부가 공모 절차를 통해 이건희 미술관 입지를 선정해 달라”고 밝힌 바 있다.
최초 유치 의사를 밝힌 부산시를 비롯해 경기도와 인천시, 대구시, 경남 진주시·의령군, 전남 여수시 등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역적 연고를 내세우며 유치에 뛰어든 만큼 공모 절차를 밟으면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박 시장은 판단했다. 여러 지자체가 유치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공모 없이 입지가 선정된다면 탈락한 지역의 반발 등으로 수준 높은 작품을 기증한 고인과 유족의 뜻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탈락한 지자체가 승낙할 수 있도록 공모 절차를 통해 선정하자는 입장이다.
시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가 문화시설의 수도권 편중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전국 문화시설 2,800여 개 중 36%가 수도권에 편중됐고 특히 미술관은 전국 200여개 중 5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특히 부산은 문화시설 불모지로 불릴 만큼 문화기반 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인구 10만명당 부산 문화기반시설 수는 2019년 3.6개로 전국 5.8개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시는 이건희 미술관 등 세계적 수준의 미술관 유치 방안을 수립하고자 부산연구원에 관련 연구용역을 신청하는 등 발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번 연구과제에는 미술관 입지와 건립 방안, 차별성 확보·운영 방안 등을 비롯해 국립문화시설 확충을 통한 지역 문화 거점 공간 마련, 기존 미술관의 역할과 관계 재정립 방안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민간 차원의 유치추진위원회도 조만간 발족한다.
부산은 재개발 중인 북항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건물 연면적 3만㎡에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 규모로 들어설 전망이다. 전시실과 자료실, 수장고, 강당, 교육실, 야외공원 등도 갖춘다. 시는 2023년 2월 완공을 목표로 건립 중인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서면 세계적인 문화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