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를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을 둘러싼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4대 그룹 총수에게 전향적인 답변을 내놓은 후 포착된 변화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3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사면을 언급한 데 대해 “청와대가 고민하고 있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한 지도부 의원도 “국가가 반도체 대전을 치러야 하는데 흠결이 많은 장수지만 감옥에서 꺼내 전쟁에 쓰는 것이 국가를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 사면론은 약 두 달 전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가장 먼저 사면론을 제시한 안규백 의원은 “국익을 생각해 역할이 있으면 (사면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이 부회장의 사면론을 제기했다. 양향자 의원도 “이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인정되면 (사면을) 논의할 수 있다”고 동의했다. 이원욱 의원 역시 지난달 반도체 수급 상황 등을 언급하며 “사면 필요성이 조금 정도가 아니고 아주 강력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당시 당 지도부는 ‘이 의원 개인의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사면론에 대해 ‘공감’이나 ‘이해’ 등을 언급하면서 여당인 민주당도 전반적인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전재수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통령의 입장이 상당히 변한 게 아닌가 느꼈다”며 “이 부회장 사면에 국민 70%가 찬성하는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건영 의원 역시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이 사면에 대해) 충분히 고심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가석방에 대해서는 “법률적 부분이다. (사면 자체와) 다른 판단의 영역”이라며 “검토 가능한 경우의 수 중 하나”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 대통령은 전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SK그룹·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청와대에서 오찬 간담회를 열고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를 받았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 “고충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 부회장 사면론에 대한 반대 기류도 여전히 존재한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면론과 관련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박 의원은 그간 재벌 개혁에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며 ‘삼성 저격수’로 불렸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