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발명한 기술은 특허로 인정될 수 있을까. 특허청은 미국의 AI 전문가가 AI로 발명한 기술에 대해 출원을 거절했다. 특허법상 발명자는 자연인만 인정되기 때문인데 앞으로 국제 특허당국은 AI를 발명권자로 인정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3일 특허청은 미국의 AI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Stephen L. Thaler) 박사가 AI를 발명자로 표시한 특허 출원에 대해 '특허법상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며 발명자 수정 보정요구서를 통지했다. 기술 확인 여부를 떠나 AI를 발명자로 기재한 형식상 하자를 지적한 것이다.
현행 국내 특허법은 자연인만 발명자로 인정한다. 법인, 장치 등은 발명자로 표시할 수 없다. 이는 전 세계에서도 동일한 개념으로 미국, 유럽특허청(EPO) 등에서도 테일러 박사의 특허 출원을 불허했다. 이 특허를 출원한 테일러 박사와 라이언 어보트 영국 서레이(Surrey) 대학 교수는 전 세계 특허 당국을 대상으로 'AI 발명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주요 국가에서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이번에 출원한 특허는 '열전달 효율이 좋은 식품용기' 등이다. 출원인은 이 발명에 대한 지식이 없고 자신이 개발한 AI 다부스(Dabus)가 스스로 창작했다고 주장한다. 이 단체는 AI를 발명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AI 신약 개발 등 AI 기술 투자가 강화될 수 있고,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면 혁신성이 증가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특허청의 이번 결정은 당장은 AI가 법적 발명자로 인정되는지에 대한 문제였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업적 이익에 대한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특허법인의 변리사는 “사람보다 쉽고 빠르게 발명이 가능한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순간 결국 AI를 소유하는 사람이 많은 기술을 독점적으로 확보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전 세계 특허당국은 AI가 발명자가 될 수 있는지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예컨대 인간이 발명한 특허 존속기간은 20년이지만 AI 발명에 대해선 이보다 적은 3~5년 가량 존속기간을 부여해야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다.
김지수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AI 발명에 대한 논의의 속도를 높여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는 지식재산제도를 구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와 선진 5개국 특허청 회담을 통한 국제적 논의도 적극 참여 중”이라고 말했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