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지나치게 많은 공시로 중요 회계 정보가 가려지면 안 된다’는 골자의 문구가 추가될 예정이다. 이번 K-IFRS 개정안이 시행되면 상장사들의 재무제표가 간소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기업들이 K-IFRS 기준서에서 요구하는 주석 공시를 재무제표에 무조건적으로 ‘복사·붙여놓기’하던 관행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개정이 재무제표의 이해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지려면 감독 당국의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2일 회계 업계에 따르면 한국회계기준원은 최근 기업회계기준서 제 1001호에 대한 개정 공개 초안을 발표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서 지난 2월 국제회계기준(IFRS) 기준서 개정안을 낸 데 따른 것이다.
재무제표에 공시해야 할 회계 정책 정보를 ‘유의적인(significant)’ 정보로 규정한 기존안과 달리, ‘중요한(material)’ 정보를 재무제표에 담으라고 명시한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에선 중요한 정보를 “재무제표에 포함된 다른 정보와 함께 고려될 때 재무제표 주요 이용자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로 정의했다.
특이할 것은 “중요하지 않은 회계정책 정보를 공시하는 경우에 그러한 정보가 중요한 회계정책 정보를 불분명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문안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형식적인 문구는 최소화하고 필수적인 재무 정보만 공시하도록 명시한 것이다.
그간 기업들이 회계기준 위반을 염려해 기준서에서 요구하는 ‘표준문안(Boilerplate)’ 등을 무조건적으로 옮겨 쓰는 관행이 강했기 때문이다. 재무제표 주석에 싣는 ‘중요한 회계처리방침’ 항목이 대표적이다. 어떤 방식으로 회계 처리했는지 설명한 항목인데, 형식적인 문구가 많아 재무제표 작성자들이 관습적으로 ‘복사·붙여놓기’하는 구절이 많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분량이 지나치게 길어지면서 재무제표의 이해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업계·학계에서 이번 개정안이 재무제표 합리화로 이어질지 기대하는 이유다. 다만 금감원·일반기업·회계법인 사이의 합의에 따라 실제 적용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회계기준원 관계자는 “정말 중요한 정보 위주로 선별해서 올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는 한편, (기존처럼) 체크 리스트에 있는 내용을 전부 주석 공시할 것이라고 보시는 분들도 있다”며 “실무 단위에서 어떻게 될지는 감사보고서가 실제로 나와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에서 전향적인 태도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기업·회계법인 입장에선 재무제표 작성 시 주석 공시 모범 사례 등 감독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경영대학 교수는 “필요 없는 정보를 줄이고, 중요한 정보를 보고하라는 것은 모두 원칙 중심 회계와 관련된 얘기”라며 “만약 감독을 그렇게 안 한다면 감사인·기업들은 이전과 비슷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그는 “기업들도 책임 있는 공시를 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한편 한국회계기준원은 다음 달 30일까지 업계·학계 등을 대상으로 공개 초안 관련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9월 10일 본 개정안을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이르면 올해 4분기 중 금융위원회 보고를 거친 후 공표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은 오는 2023년 1월 1일 이후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