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에서 100대 규모의 PC방을 운영하는 A 씨 부부는 최근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지난해 집합 금지 조치로 매출이 급감한 뒤 고정비용 마련을 위해 추가 대출이 필요했지만 은행 심사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부로 인력을 줄여도 리스료와 임대료만 2,000만 원이라 매달 500만 원 이상의 적자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A 씨는 “코로나19 사태로 기대출이 많은 상황인데 대출 한도까지 줄어들어 아예 심사조차 못 갔다”며 “갈수록 이자는 불어나는데 신용 등급은 더 떨어져 탈출구가 안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여전히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금 유동성에 부딪힌 소상공인과 소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95% 보증을 통해 소상공인의 은행 대출을 지원하고 있으나 코로나19 장기화로 대출 심사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더 많아진 것이다. 차상민 부산 중소상공인생존연대 조직국장은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더 발생해 자영업자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데 기존 대출이 많다고 대출해주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될 때까지 몇 개월 더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북 지역에서 자동차 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B 씨도 낮아진 신용 등급 탓에 수주 계약을 놓칠 위기에 놓였다. 코로나19 사태, 차량용 반도체 대란 등으로 매출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인건비와 자재비를 구할 길이 없어 급하게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융통한 영향이다. B 씨는 “지난해 정책 자금과 보증 지원 사업에 신청해봤지만 은행 심사가 길어져 다른 대출로 급한 불을 끌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은 대출을 갚았지만 아직 신용 점수가 회복되지 않아 당장 신규 수주를 처리할 추가 대출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에서 섬유 제조 사업을 하는 C 씨는 폐업 이력 때문에 지난해부터 단 한번도 은행으로부터 코로나19 관련 지원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C 씨는 “정부로부터 보증 지원을 받아도 실제 은행 대출에서는 심사 과정에서 계속 거절당하거나 후순위로 밀렸다”며 “긴급 상황이라 이번에는 대출이 나올까 했지만 이전과 달라진 것 없이 저신용자는 대출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중앙회는 웰컴금융그룹과 함께 신용 정보 회사를 직접 설립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 민간 신용 평가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의 사업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에서다. 은행 대출 심사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고 장기간 불신이 쌓였던 터다. 특히 이례적인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상공인·중소기업이 경제활동을 장려받기보다 실적을 우선하는 은행권으로부터 불리한 대출 압박을 받아 폐업이나 도산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우려다.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김동현 기자 dani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