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와 기술 개발에 있어 기업은 ‘제 몫’을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소 기술을 개발하는 역할을 일부 대기업에 국한해서는 안 되고 기업의 규모를 가리지 않는 적극적인 육성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오로지 기업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발 벗고 나서 그 기반을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일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중소·중견 기업의 발굴과 육성’을 꼽았다. 한국에서 수소경제의 개발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중소·중견 기업을 적극 발굴해 기반을 다져놓아야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문 교수는 설명했다.
중견 기업 이상의 기업을 중심으로 한 지원은 초기 대응에는 전략적인 선택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플랜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대운 창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수소 전담 기관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H2KOREA)는 오는 2040년까지 1,000개 이상의 수소 전문 기업 육성을 계획했지만 수소법은 수소 전문 기업 선정 및 지원을 위해 총 매출액을 5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하한선을 20억 원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지원 정책은 스타트업 기업 육성 혹은 업종 전환 기업 및 중소기업의 수소산업으로의 유인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일정한 규모 이상의 기업에만 집중되는 육성 방안은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낼 수 있어도 국가 전반에 걸친 탄탄한 기반 구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 교수의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일수록 수소산업 진입의 초기 비용에 대한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이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으로 전가되고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자립 기반을 갖출 때까지 정부의 안정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15년 넘게 현대차의 수소차를 연구한 김민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현재 기술 개발 비용이 매우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차량의 가격이 비싼 것은 불가피하다”며 “시장이 형성되고 안정화될 때까지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보조금 등의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조금 규모에 따라 차량 판매가 결정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조금 예산을 충분히 책정하는 것이 결국 우리나라 미래 친환경자동차 산업의 보호 및 육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두순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대표도 수소드론과 관련해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수소드론은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원일 뿐더러 환경 모니터링, 신재생 플랜트 점검 등 간접적인 환경 개선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면서도 “별다른 구매 보조금이 없어 구매자에게 초기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소차와 마찬가지로 수소드론도 정부에서 공적 지원을 해준다면 산업이 좀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추격해오는 경쟁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전폭적인 초기 지원이 전 세계 수소경제를 주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