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이준석 후보의 지지세가 날로 강해지는 가운데 ‘통합 파트너’인 국민의당이 이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후보의 차기 당 대표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 통합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후보에 대한 평가는 (통합에 대한) 진정성이 1도 없다고 평가되고 있다”며 우려했다. 이어 “(합당은) 서로 성질과 지지 기반이 다른 두 세력 간에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국민의당을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태도”라며 “이 후보가 국민의당을 ‘소 값’으로 비유하는 등 합당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당 전력의 99.9%이기에 ‘소 값’은 후하게 쳐드리겠다. 하지만 갑자기 급조하는 지역위원회 조직이나 이런 것들은 한 푼도 쳐드릴 수 없다”고 발언해 국민의당 측의 반발을 샀다.
국민의당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권레이스가 시작하면서부터 이 후보에 대한 날선 반응을 보여왔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이 후보는) 외관은 청년이지만 사실 기득권 정신으로 가득 차 있다”며 “그러한 기득권 정신으로는 유연하고 개방적으로 야권 통합을 이뤄내기 기대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권 원내대표는 또 지난 2일 “(이 후보가) 약육강식의 인식을 가지고 대하는 모습들에 대해 상당히 좌절감이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치권에선 국민의당이 ‘통합 협상 파트너’로 유력한 이 후보에 대해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후보에 대해 권 원내대표가 공격을 펼치는 대신 안 대표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투트랙’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 대표는 지난 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정권교체를 위한 합당의 진정성, 합리적인 원칙을 가지고 임한다면 합당은 아무런 문제 없이 순조롭게 추진될 것”이라 발언한 것 외에 통합과 관련한 별다른 비판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이 후보도 화답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이 후보는 같은 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안 대표의 자택과 제 집의 거리는 1km 남짓”이라며 “같은 상계동 주민으로서 허심탄회하게 합당문제를 논의하겠다”고 적었다. 이어 “제가 당대표가 된다면 안 대표 자택과 저희 집 사이에 있는 동네 명소 카페에서 제가 차 한잔 모시겠다”고도 덧붙였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