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코로나19 확산과 원화 약세로 인해 3만 1,881달러로 2년 연속 감소했지만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9%로 당초 집계된 속보치 -1.0%보다 소폭 개선됐다.
한국은행은 9일 ‘2020년 국민계정(잠정)’ 통계에서 1인당 GNI가 3만 1,881달러로 전년(3만 2,204달러)보다 1.0% 줄었다고 밝혔다. 원화를 기준으로 한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3,762만 원으로 전년 대비 0.2% 늘었지만 원화 약세로 환율이 1.2% 올라 달러화 기준 1인당 GNI는 뒷걸음질을 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1인당 GNI가 3만 1,734달러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었고 2018년 3만 3,564달러까지 올랐지만 최근 2년 연속 1인당 국민소득이 줄었다. 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것으로 한 나라 국민의 생활수준을 파악하는 대표 지표다.
아울러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 잠정치는 -0.9%로 올해 3월 발표 당시(-1.0%)보다 0.1%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코로나 쇼크를 겪으면서 1998년 외환위기(-5.1%)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을 피하지는 못했다.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한 명목 GDP는 지난해 1,933조 2,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0.4% 증가했다. 1998년(-0.9%)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인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대비 1.3% 상승했다. GDP 디플레이터는 소비자물가뿐 아니라 투자·수출입 등과 관련된 모든 물가가 반영된 거시 지표다.
1인당 GNI는 2년째 감소했지만 지난해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1만 7,756달러로 전년보다 1.1% 증가했으며 원화로는 2,095만 2,000원으로 2.3% 늘었다. PGDI는 국민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소득으로 실질적인 주머니 사정을 보여준다.
한은은 올해 1인당 GNI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GDP 디플레이터가 현재까지 상승세로 올해 명목성장률이 꽤 높을 것”이라며 “원화가 큰 폭의 약세를 기록하지 않는 한 1인당 GNI가 플러스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총저축률은 35.9%로 전년(34.7%)보다 1.3%포인트 상승했으며 국내 총투자율은 전년(31.3%)보다 0.3%포인트 오른 31.7%를 기록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67.5%로 1년 전보다 1.2%포인트 올라 통계 공표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한은은 노동자 급여가 소폭 증가하고 기업의 영업이익은 줄어든 결과로 봤다.
/손철 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