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경일 등 달력의 빨간 날이 주말과 많이 겹쳐 노는 날이 적다. 남은 광복절·개천절·한글날·성탄절이 모두 토·일요일이라 직장인들이 휴일을 빼앗긴 느낌도 든다고 한다. 이를 달래고자 정치인들이 대체휴일을 확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설·추석 연휴나 어린이날이 주말과 겹치는 경우 시행한 제도인데 다른 공휴일로도 확대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국민에게 쉼표 있는 삶을 드리고 싶다며 대체휴일 확대를 공약했다. 설문 조사에서 90%가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로 정치적으로 인기 있는 정책이라 여야 합의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직장인들에게 소소한 낙을 보탤 수 있겠지만 마냥 반길 수는 없다.
우리나라 취업자 중 자영업자와 가족이 650만 명, 임시 근로자와 일용 근로자가 590만 명으로 이들은 사실상 대체휴일제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한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근무자 등 조건이 나은 사람들은 휴일을 더 누리고 수입이 적은 사람들은 쉬지 못하는 휴일 양극화 현상이 확대된다. 대체휴일로 학교가 쉬게 되면 자녀를 돌봐야 하는 부모의 부담도 늘어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등교 수업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는 바람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꽤 힘들어했던 경험이 있다. 휴일을 늘려도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기운만 더 빠지게 만든다.
국회는 대체휴일제 확대 입법을 6월에 서둘러 처리해 광복절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감염병으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함이며 그래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때 맞춰 줘야 한다는 논의도 함께 불을 지핀다.
사실 지난해에도 광복절이 낀 주말 다음 날인 8월 1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공휴일 지정으로 4조 2,000억 원의 생산 효과와 3만 6,000명의 고용 효과를 낸다는 보고서도 나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북돋았다. 결과적으로는 연휴와 섣부른 소비 진작 대책으로 잦아들던 코로나19를 다시 키워 세계에서 드물게 여름철 2차 확산을 겪게 됐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여름 휴가를 분산해서 가라고 기업들에 권고했다. 백신 접종이 늘었지만 3분기가 지나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방역 당국의 판단을 앞지르는 정치권의 대체휴일제와 재난지원금 선심 정책이 또다시 혼선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원래 공휴일 규정은 관공서를 대상으로 한 것인데 법을 고쳐 지난해부터 민간에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했다. 2020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은 관공서가 쉬는 날을 유급휴가일로 정하고 2021년 30인, 2022년 5인 사업장까지 확대한다. 단순히 근로자에게 득이라고 여길 일이 아니다. 대기업은 몰라도 중소기업 특히 영세 사업장은 휴일근무수당 등 추가되는 비용 부담으로 고용을 줄이게 된다.
올해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하는데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4곳 중 1곳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유급휴가일 증가와 주 52시간제 적용이 겹쳐 가뜩이나 사정이 어려운데 정치권이 선심을 쓴다고 대체휴일을 추가하면 고용주뿐 아니라 근로자도 바로 타격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휴일은 미국·유럽 등에 비해 많다. 근무 패턴이 한 주간을 기준으로 정해지는데도 요일로 정한 국경일이나 기념일이 아직 없다. 음력을 따른 공휴일도 꽤 많다. 대체휴일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휴일 수 조정과 요일제 도입을 포함한 긴 안목의 종합적인 휴일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근로자와 고용주 대부분이 혼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충분히 논의, 준비한 후 시행해야 한다.
/여론독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