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넉 달 넘는 조사 끝에 “이용구 사건 외압 없었다”…‘꼬리 자르기’ 논란만 남긴 경찰

경찰 '증거인멸 교사'로 檢 송치

담당 수사관만 특수직무유기 혐의

서장은 감찰조사만...용두사미 비판

강일구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 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전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강일구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 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전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을 조사한 경찰이 4개월 넘는 진상 조사 끝에 “외압이나 경찰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사건을 맡은 서초경찰서 간부들이 이 전 차관의 구체적 신분을 알고도 상부에 허위 보고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담당 수사관만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송치해 결국 경찰의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9일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 사건을 담당한 서초서 수사관 A 경사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법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 경사가 지난해 11월 11일 폭행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압수나 임의 제출 요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상부에 보고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해당 사건은 반의사불벌죄인 일반 폭행 혐의만 적용해 조사 다음 날인 12일 내사 종결 처리됐다. A 경사는 사건이 언론에 처음 알려진 12월 19일 이후 진상 파악 과정에서도 영상의 존재를 알았다는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서초서장과 형사과장·형사팀장은 이 전 차관이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던 사실을 알았음에도 진상 파악 과정에서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며 상위 기관인 서울경찰청에 허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찰청 훈령 범죄수사규칙상 변호사 관련 사건은 보고 대상 사건이지만 서초서는 이를 어겼다. 서울청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조사단 관계자는 “당시 서장과 과장은 ‘서초동에 워낙 변호사 사건이 많아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다만 형사과장과 팀장이 직무를 유기한 혐의는 명확하지 않다며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찰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해 송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특수직무유기는 ‘명백하고 고의적인 의무 방기’가 입증돼야 하는데 과장과 팀장은 블랙박스 영상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만큼 관련 혐의가 불명확하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서장의 경우 수사심의위에 회부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조사단은 덧붙였다.

조사단은 사건 처리 과정에 외압이나 청탁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 전 차관과 당시 서초서장 등 총 91명을 조사했으나 이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다만 보고의무 위반과 부적정한 사건 처리에 대한 지휘·감독 소홀의 책임을 물어 서장과 과장·팀장을 감찰 조사하기로 했다.

조사단은 이 전 차관이 택시 기사와 합의한 뒤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 삭제를 요청한 점을 들어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이 전 차관의 요청에 따라 영상을 삭제한 정황이 확인된 택시 기사에 대해서도 증거인멸 혐의로 송치하되, 폭행 사건 피해자라는 점 등을 정상참작 사유로 명기할 예정이다. 이 전 차관의 또 다른 혐의인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에 대해서 경찰은 “검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만큼 경찰이 판단을 내리는 건 적절치 않다”며 확보된 증거 자료를 검찰과 공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전 차관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지자 올해 1월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감찰과 수사를 병행한 자체 조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4개월 넘게 조사하고도 결국 수사관 1명만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김태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