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생산뿐만 아니라 이송·저장·활용을 아우르는 수소도시 인프라가 제조업 쇠락으로 낙후된 지방 도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조업에 기반을 뒀던 기존 업체와 인력 등을 수소 분야로 전환함으로써 경제 활력을 위한 새 모멘텀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재민 이젠파트너스 대표는 10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1’에서 수소도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경상남도 창원시의 사례를 성공 모델로 꼽았다. 김 대표는 “창원시는 (한때) 기계·조선업으로 국가 경제 발전의 핵심이었지만 (해당 산업 분야의 침체로) 산업 생산액이 줄고 인구가 많이 빠져나갔다”며 “기존 부품 산업, 기계 산업 중 수소와 연관된 업체를 바탕으로 수소 계획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창원시의 기계·조선업체 중 수소충전소 관련 기술력을 확보한 곳은 15개, 수소차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535개로 집계됐다. 수소 분야로 접목 가능한 협력 업체만도 2,500여 곳에 이른다. 이 같은 업체와 인력이 수소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산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수소도시 인프라의 가장 핵심인 수소 생산 시설과 관련해서도 창원시는 두산중공업 부지를 활용해 액화수소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하수처리시설 내 하수에서 메탄가스를 추출하고 수소로 바꾸는 기지도 세우고 있다. 이미 지역에서 확보한 역량을 동원한 결과 창원시는 오는 2040년까지 4만 2,000여 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7조 2,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수소인프라의 수요자인 시민들이 각종 서비스를 통해 수소의 효능을 체감하고 이를 통해 수소 연료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김 대표는 “경남의 한 사우나 건물 주인은 직접 연료전지를 설치해 전기 판매로 2억 원을 벌었다”며 “물론 유지 관리비 등으로 수익이 빠져나가지만 열 공급으로 인한 수익을 내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우나로의 열 공급을 수익원으로 한 이 모델은 다른 목욕탕·사우나로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수소도시 인프라 구축 외에도 한국이 수소 관련 정책, 연구개발(R&D)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프리 로스웰 터너 해리스 수석 경제연구원은 “한국은 토지가 많지 않고 태양에너지·풍력에너지를 하기에 적합하지도 않다”며 “위기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박아형 컬럼비아대 지구환경공학 및 화학공학과 교수도 “한국의 상황이 어렵다는 데 동의한다”면서 “역사적으로 한국의 자원이 충분했던 적이 있었는가. 옵션이 많지 않지만 한국인은 똑똑하고 혁신을 이룬다”고 평가했다.
특히 박 교수는 한국이 그동안 제조업을 주력 산업으로 육성해온 만큼 친환경적이며 경제성을 갖춘 수소 생산을 위한 R&D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탄소를 아예 사용하지 않고 제조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효율적인 탄소포집기술을 개발함과 동시에 해양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서울시 제로에너지 건물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했지만 ESS 화재 사고 이후 소극적으로 변했다”며 “ESS를 따로 빼내서 운영할 수밖에 없는데 새로운 돌파구가 나오기 전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김 대표가 언급한 제로에너지 건물은 서울에너지드림센터로 3층 3,200평 규모지만 에너지 소비가 2020년식 전기버스보다 적은 게 특징이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김민석 기자 se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