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미역국 챙겨먹어라" 어머니의 마지막 전화…아들 생일상 차려주려 시장들렀다 참변

아들 "어머니가 밥 먹고 가라는 말 거절한 것 후회돼"

"철거 당시 행인 통제하면서 차량 통제는 왜 안했나"

지난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건물 붕괴 현장에서 건물 잔해에 매몰됐던 시내버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연합뉴스.지난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건물 붕괴 현장에서 건물 잔해에 매몰됐던 시내버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연합뉴스.




광주 건물 붕괴 사고로 숨진 60대 여성이 아들의 생일을 맞아 시장에 다녀오는 길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고 당일이 형의 생일이었습니다.”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로 숨진 A(64·여) 씨의 둘째 아들 B 씨는 허탈한 표정으로 황망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사고 당일인 지난 9일, A 씨는 생일인 첫째 아들을 위해 미역국을 끓여놓고 일터로 향했다고 한다. 혹여나 아들이 끓여놓은 미역국을 보지 못할까 봐 다시 전화를 걸어 “미역국을 챙겨 먹으라”고 말하던 인자하고 자상한 어머니였다. 형제는 그 전화가 마지막이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B 씨는 “어머니가 항상 고생하시던 모습밖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홀로 두 아들을 키워낸 A 씨는 2년 전, 고생 끝에 법원 앞에 작은 곰탕집을 차렸다. 그러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줄어든 탓에 A 씨는 점심 장사를 마치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사고 당일은 큰 아들의 생일상을 차려주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점심 장사를 마치고 시장에 다녀오는 길이었다고 한다. 시장에 들렀다 온 탓에 평소에는 타지 않던 버스를 탄 것이 화근이었다. 집까지 두 정거장을 남겨놓은 곳에서 A 씨가 타고 있던 버스는 잠시 정차했고, 그 순간 옆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해 매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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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먼저 붕괴 소식을 접한 B 씨는 어머니가 사고 버스에 타고 있다는 형의 전화에 할 말을 잃었다. 타지역에 거주 중인 B 씨는 지난주 주말 어머니를 뵈러 왔다가 간 것이 마지막 만남이 돼버렸다. 그는 어머니 집에서 나설 때 “밥을 먹고 가라”는 말을 사양하고 그냥 돌아온 게 가장 후회된다고 했다. B 씨는 “철거 당시에 차량까지 안전하게 통제를 해줬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것"이라며 “행인들을 통제하면서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아 결국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의 피해가 컸다. 그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홍연우 인턴기자 yeonwooh@sedaily.com


홍연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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