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영웅’ 고(故)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지난 7일 췌장암으로 별세하면서 췌장암으로 진행할 여지가 있는 췌장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췌장에 염증이 생긴 질환인 췌장염은 양상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특히 만성 췌장염은 췌장암을 합병증으로 유발할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만성 췌장염의 발병 원인 80%가 술인 만큼 금주 또는 절주가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광현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만성 췌장염 20~30%가 췌장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만성 췌장염 환자의 경우 췌장암 조기 발견을 통한 치료를 위해 6개월~1년 마다 정기적으로 컴퓨터단층(CT) 촬영 또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초음파 내시경 등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만성 췌장염은 췌장암 외에도 가성 낭종·담관 협착· 십이지장 협착·당뇨 등의 여러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췌장염이 발생하는 흔한 원인은 담석과 술이다. 담낭(쓸개)에서 나온 담즙이 딱딱하게 굳어 만들어지는 담석이 담관(담즙 통로)를 통해 췌장에 이르러 담관과 췌관을 막게 되면 역류 담즙과 췌장액의 역류로 염증이 유발될 수 있다. 술이 췌장염을 일으키는 기전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일각에서는 술을 마시면 췌장액 안의 단백질이 양이 많아지고 끈적끈적하게 돼 이것이 췌장액의 흐름을 방해해 염증을 유발한다고 본다.
만성 췌장염의 대표적 증상은 상복부 통증이다. 단 통증의 정도와 주기는 개인차가 있다. 음식을 먹으면 통증이 심화하는 탓에 체중 감소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황달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당뇨를 유발할 수 있으며 소화되지 않은 지방이 그대로 대변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췌장이 소화 효소인 췌장액을 십이지장으로 배출해 소화를 돕고 인슐린 등을 만들어 혈당 조절에도 관여하기 때문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금주가 반드시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통증 조절 및 소화 효소 및 인슐린 보충 등을 위한 약물 치료를 실시하기도 한다. 합병증에 따라서는 내시경 및 수술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급성과 달리 만성 췌장염의 경우 한번 훼손된 췌장의 기능은 다시 회복되기 어려운 만큼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장재혁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염은 술이 주된 발병 원인이므로 무엇보다 금주, 과음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라며 “만성 췌장염의 경우 2차적으로 당뇨 발생은 물론 췌장암 유병률 증가를 초래할 수 있어 평상 시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