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中 '反외국제재법' 살펴 보니…두리뭉수리 표현에 모든 제재 '합법화'돼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 13기 제19차 회의가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열렸다. /신화망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 13기 제19차 회의가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열렸다. /신화망




중국이 10일 ‘반(反)외국제재법’ 입법을 강행했다. 전체 이름이 ‘증화인민공화국 반외국제재법(中華人民共和國 反外國制裁法)’인 이 법률은 중국의 국가 이익이라는 두리뭉수리한 이유로 외국 기관이나 기업, 개인에게 무엇을 제재하든 합법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중국의 경우 전인대 전체회의 외에 상무위원회도 자체적으로 법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어차피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결정에 따라 전인대는 ‘거수기’ ‘고무도장’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절차는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평가다.

전인대 상무위가 공개한 ‘반외국제재법’을 보면 모두 16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시행은 법률이 통과된 날(10일)부터 바로 시작된다. 세부적으로는 제1조에서 ‘국가의 주권, 안보, 발전이익을 수호하고 아국 공민과 조직의 합법적인 권익을 지키기 위해 헌법에 의거해 본 법을 제정한다’로 돼 있다.



핵심내용은 3조와 5조, 6조다. 우선 3조에서 ‘중국은 패권주의와 강권정치를 반대하고 어떠한 국가든지 어떠한 구실이든지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외국이 우리를 억제·압박하거나 우리 국민·조직에 대해 차별적인 제한조치를 취하고 아국의 내정에 간섭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반제(反制·반격해 상대를 억제함)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적시했다. ‘권익 침해’, ‘차별적 조치’ 등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다양한 형태의 보복조치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대외 비난의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고 있는 이른바 ‘내정 간섭’에 대해 보복을 명시함으로써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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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5조에는 보복 대상이 적시됐다. 중국의 주권이나 권익을 침해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개인과 조직 자체는 물론, 배우자와 직계 친족도 포함시켜 반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연좌제를 명문화한 것이다. 또 6조에서는 보복 방식으로 비자 발급과 입국 불허, 추방, 중국 내 재산 압류, 개인·기업과의 거래·협력 금지 등 전방위적인 활동을 망라했다. 12조에서는 권익을 침해당한 중국의 개인이나 조직은 중국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중국의 반제 조치는 국무원이 총괄토록 했다. 중국에서 국무원은 다른 나라의 ‘내각’을 의미하는 데, 즉 각 부처 단독이 아닌 전체 정부 차원에서 조율을 하겠다는 것이다. 공개적으로 외국의 정부나 기업, 개인에게 보복하겠다는 입법이 만들어진 것은 국제적으로도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중국도 보복 강도를 높여왔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9월 미국을 겨냥한 블랙 리스트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 관련 규정을 발표했다. 이어 올 1월에는 부당한 외국 제재에 따르지 않도록 하는 상무부령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이것들을 모두 합법화할 법적 근거까지 마련된 것이다.

중국 법률의 모호한 규정은 중국과 사업하는 기업이나 개인들의 어려움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베이징=최수문특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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