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이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으로 급부상했다. 구조 조정 기업을 인수해 정상화하는 데 발군의 실력을 보여온 쌍방울그룹이 ‘항공과 한류 콘텐츠의 융합’이라는 청사진을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이스타항공 본입찰에는 쌍방울그룹의 광림 컨소시엄만 참여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 인수전은 이미 예비 인수자로 이름을 올린 ㈜성정과의 2파전이 됐다. 지난달 31일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하림그룹의 해운 계열 팬오션,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총 10여 곳이었지만 본입찰에는 모두 빠졌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각보다 싱겁게 본입찰이 끝났다”고 평가했다.
쌍방울그룹은 특장차 제조사 광림과 반도체 제조사인 미래산업, 연예 기획사인 아이오케이(IOK)컴퍼니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 세 곳 모두 상장사다. 입찰 가격은 1,000억 원 초반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김정식 전 이스타항공 사장 등을 영입해 인수 팀을 꾸려왔다.
쌍방울그룹은 이스타항공이 국내 LCC 중 중국 노선을 가장 많이 보유한 만큼 향후 여객 수요가 정상화되면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노선에 투입되는 항공기에 소속 연예인의 드라마·영화·예능 등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아이오케이컴퍼니에는 고현정·조인성·김하늘·장윤정·바비 등이 소속돼 있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하림그룹은 인수 이후 비용이 얼마나 더 들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지난주 참여 포기를 확정했다.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 등 공익채권이 700억 원에 이르고 항공기 리스료 등 채권자의 회생채권이 1,850억 원으로 사실상 3,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팬오션의 해상 물류와 함께 항공 화물로 시너지를 내려했지만 LCC가 화물 사업을 쉽게 하기 힘든 점도 한계였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국내에서 선제적으로 도입한 보잉 737 맥스 관련 비용이 앞으로 얼마나 더 들지 예상하기 힘든 것도 이유였다”고 말했다.
관심은 쌍방울그룹이 실제로 인수할지에 쏠린다. 이번 매각 방식은 스토킹호스다. 법원이 예비 인수자를 정해두고 공개 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찾는 방식이다. 입찰에 참여한 곳이 예비 인수자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 입찰자가 새 주인이 된다. 이스타항공의 예비 인수자는 종합 건설업체 ㈜성정이다. 제시가는 800억 원대로 전해졌다. 쌍방울그룹보다 낮다. 백제CC 등 골프장과 대국건설 등 토공업체를 관계사로 보유하고 있다. 성정의 매출은 연 60억 원, 백제CC는 연 300억 원 정도다. 업계에서는 추가로 금액을 써내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광림 컨소시엄의 재무 상황도 썩 넉넉한 편은 아니다. 컨소 3개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09억 원 정도다. 비유동자산 중 유형자산이 1,000억 원에 육박한다. 인수 금융 등을 활용한다면 인수 금액은 조달할 수 있지만 안정적 운영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법원은 예비 인수자 측에 추가 금액을 써낼지를 문의하고 의사가 없다면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 21일 공개할 예정이다.
/강도원·조윤희 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