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커머스 업계가 ‘네이버-쿠팡-신세계’ 3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덩치 싸움에 밀린 유통업체들 간의 생존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색을 기반으로 정상에 서 있는 네이버와 쿠팡의 공격적인 외형 확장, 여기에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한국판 월마트’의 첫발을 내디딘 신세계를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보고 있다가는 시장에서 존재감 없이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을 계기로 국내 e커머스 시장이 독자 생존은 불가능한 전쟁터가 된 만큼 남은 온라인 플랫폼 간 합종연횡이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베이코리아와의 시너지에 반신반의하며 독자 노선을 천명한 롯데와 11번가는 추가 인수합병(M&A)을 진행하거나 전략적 외부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3강에 뒤지지 않기 위한 경쟁력 강화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롯데는 전략적 파트너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자체 온라인 사업인 롯데온은 외형도 작지만 내실도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독자 생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온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29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0억 원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코로나19로 e커머스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주요 경쟁사들이 매출액을 키우고 영업 적자 규모를 줄인 것과 대비된다.
이에 롯데는 최근 e커머스 업계 베테랑인 나영호 대표를 수장으로 맞이한 만큼 체질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지만 결국 M&A나 전략적 제휴와 같은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롯데도 이를 의식한 듯 외부 협력과 함께 적극적인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실탄도 두둑하다. 롯데는 신사업 투자를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자산 유동화 작업을 거쳐 약 3조 4,0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당장 시장에 나온 배달 플랫폼 ‘요기요’ 인수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요기요 예비 입찰에 불참하기는 했지만 롯데는 요기요 인수를 두고 상당 기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기요는 배달 시장 자체로만 보면 점유율 면에서 1위인 배달의민족과 격차가 크지만 ‘라스트 마일’ 서비스 강화가 숙제로 떠오른 기존 오프라인 유통가로서는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매물이다.
그러나 이베이코리아의 규모와 영향력에 비하면 요기요를 비롯해 남은 매물들이 마땅치 않다는 게 고민거리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중고나라를 인수했듯이 온라인 틈새 시장을 노리거나 배달 강화를 위해 요기요를 선택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e커머스 경쟁력을 키우기에는 역부족이라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이에 M&A보다는 신세계-네이버 연합처럼 전략적 협력을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e커머스 사업 확장에 본격 시동을 건 카카오도 언급되고 있으며 최근 SK텔레콤이 협력 의사를 밝혀 11번가와의 협력 가능성도 문은 열린 상태다.
11번가도 롯데와 홈플러스 등 국내 유통 기업은 물론 글로벌 e커머스 1위 기업인 아마존과의 협력 방안을 구체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11번가의 국내 e커머스 시장점유율을 6%로 이베이코리아(12%)에 이어 4위지만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영업 손실이 이어지는 등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강력한 승부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마케팅을 강화해 매출을 키웠지만 흑자 전환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아마존과의 협업 발표 이후 약 반 년간 아무런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도 부담인 상황이다.
이에 11번가는 오는 7월 아마존 글로벌 서비스를 오픈하며 아마존과의 연대를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마존의 해외 상품을 국내 고객들이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언어·결제·배송·CS 등 네 가지 영역에서 획기적인 시스템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직구족을 끌어들여 11번가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e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일각에서 제기된 아마존과의 지분 교환까지 이뤄진다면 직구 서비스 이상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유통업계에서 규모의 경제는 생존으로 직결돼 왔다”며 “자체 역량만으로 네이버-쿠팡-신세계로 재편된 3강 체제에서 살아남기는 불가능해 반드시 전략적 제휴나 M&A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