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19일 한국을 방문해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일 3자 회의를 가질 예정이어서 회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화의 틈을 열어둔 만큼 이번 한미일 3자 회의에서 북미 대화의 명분을 쌓는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18일 미 국무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김 특별대표가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3자 회의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김 특별대표의 방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노력, 우리의 공동 안보와 번영 보호, 공통의 가치 유지, 규칙 기반 질서 강화와 관련해 한미일 3국 협력의 근본적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한에서 김 특별대표는 대북특별부대표인 정 박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사와 동행한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한미일 3자 회의에서 미국이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이번 대외 메시지는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가장 외교적이고 격을 갖춘 메시지”라며 “북한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일관되게 신중하고 실용적으로 나오면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했던 태도를 성의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협상 가능성을 들고 오면 북한이 그 명분을 받고 대화하러 나올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이 대화와 대결을 언급한 것은 미국의 반응에 따라 대응할 다양한 카드를 가졌다는 의미”라며 “탁구로 치면 공을 다시 미국에 넘겨 북미 대화를 위한 의미 있는 액션을 취해달라는 요청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위원도 “8월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열리면 북미 모두 옵션이 좁아지기 때문에 북한이 미국에 그 전에 좀 더 성의 있는 대화의 제스처를 보여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에 17일(현지 시간) 로이터·AP·교도통신 주요 외신들도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이후 처음 공식 발표된 김 위원장의 대미·대남 메시지에 대해 “북한이 협상 지렛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타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이 지난해 흉작과 태풍으로 식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통해 최초로 공식 확인했다며 “국내 사정이 열악해진 북한이 바이든 정부에 대한 자극을 자제하면서 기다리고 지켜보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AP통신은 김 위원장이 미국의 관심을 끌고 미국과의 새로운 협상 지렛대를 만들기 위해 몇 달 안에 미사일과 다른 무기들을 도발적으로 시험 발사할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