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강화된 방역·의료 대응 역량과 ‘1,500만 명 1차 접종’을 달성한 예방접종 진행 상황을 반영해 사적 모임 인원 제한, 다중 이용 시설에 대한 영업 제한 조치 등을 크게 완화했다. 특히 각 단계별 인원 상향 기준이 올해 초 발표했던 초안보다 상향돼 확산세가 커져도 쉽게 단계를 올리지 않게 됐다. 방역 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유행 상황이 유지될 경우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거리 두기 1단계 조치가 적용될 것”이라며 “1단계가 적용되는 지역은 사실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일상이 회복되는 것을 국민들이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표한 새 거리 두기 체계에 따르면 1단계는 인구 10만 명당 주간 일일 평균 확진자 수가 1명 미만(전국 확진자 500명 미만)인 상황으로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나 식당·카페 등 다중 이용 시설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이 없다. 2단계(전국 500명 이상)에서는 사적 모임 인원이 8명 이하로 제한되고 식당, 카페, 노래 연습장 등은 자정까지만 영업해야 한다. 목욕탕·수영장 등은 영업시간을 제한하지 않는다. 3단계(전국 1,000명 미만)에서는 사적 모임이 4인 이하, 다중 이용 시설 영업은 오후 10시까지만 허용된다. 4단계(전국 2,000명 이상)의 경우 사적 모임 인원 수는 4인 이하 그대로 적용되지만 오후 6시 이후에는 2명 이하만 모일 수 있다. 다중 이용 시설 영업은 오후 10시까지로 3단계에 이어 지속되지만 클럽(나이트 포함), 헌팅 포차, 감성 주점은 집합 금지(영업 중단)된다. 실내 체육 시설은 4단계를 제외하면 운영 시간 제한이 없다. 또 복지시설은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돼도 운영된다.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사회복지시설은 2단계까지 이용 인원을 자율 조정하되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정상 운영한다. 3~4단계에서는 이용 정원의 50% 이하로 운영한다. 주민센터도 지역 주민 대상 문화 프로그램 등 운영을 정상화한다. 예방접종 완료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한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현재 의료 체계는 주 평균 일일 환자가 1,000여 명 발생해도 버틸 수 있는 수준이며 7월 이후에는 약 2,000명까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반기에 1,500만 명을 대상으로 1차 예방접종 시행을 마쳐 방역 위험성이 크게 낮아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경제적 피해가 누적되는 것도 고려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새 거리 두기 체계에서는 초안보다 단계 조정 환자 발생 규모 기준이 상향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확산세가 과거 대유행 때처럼 확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2주간 사적 모임을 6인 이하로 제한하고 거리 두기 2단계를 적용하는 ‘이행 기간’을 거친다. 유흥 시설, 홀덤펍, 홀덤 게임장, 콜라텍·무도장, 노래 연습장, 식당·카페는 24시(자정)까지 운영할 수 있다. 이 시설에서는 식사·음주 등으로 마스크 착용이 어렵고 비말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방역을 위해 운영 시간이 제한된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변이 바이러스 등을 고려할 때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유행 규모가 큰 수도권은 사적 모임 제한을 일시에 완화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완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 밀도가 워낙 높고 이동도 많은 지역인 만큼 자칫하면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수도권 외에도 이행 기간을 거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제주·대전 등이며 이번 주말께 발표될 예정이다.
일반 시민들은 물론 자영업자들도 새 거리 두기 체계를 일제히 환영했지만 2주간 이행 기간을 거치는 수도권 지역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영업시간을 자정으로 제한한다고 해서 다른 지역에 비해 코로나19 확산 방지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사실 의문”이라며 “다른 지역은 사실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유독 수도권만 더 늦어져 속상하다”고 말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