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반도체 포토레지스트(PR)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반도체 PR 내재화는 물론 사내 전자재료사업부의 단순한 매출 구조 다변화까지 노릴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전자재료사업부는 최근 자사 연구소에 PR 개발에 활용하기 위한 8인치 웨이퍼 노광 및 트랙 장비를 입고했다. 김상균 삼성SDI 전자재료개발실장 주도로 PR 연구팀 재정비 및 보강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는 PR이 활용되는 반도체 노광 분야 전문가 영입도 경력 공채를 통해 진행했다.
삼성SDI의 반도체 PR 개발 움직임은 국내 반도체 소재 국산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인 PR은 일본 업계가 압도하고 있다. PR은 지난 2019년 일본 정부가 대한국 수출 규제 당시 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소재이기도 하다.
당시 일본은 첨단 공정용 소재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만 수출을 제한했다. 그러나 범용으로 쓰이는 불화아르곤(ArF), 불화크립톤(KrF) 포토레지스트도 일본 소재 회사가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일례로 국내 CMOS 이미지 센서 제조에 쓰이는 KrF PR은 일본 후지사가 대부분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기술이 뛰어나다.
일본 수출 규제 사태 이후 일본 TOK, 미국 듀폰 등의 PR 생산 현지화로 공급망 재편의 움직임이 있어왔다. 국내에서는 동진쎄미켐·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PR을 제조하는 업체들이 공정별 PR을 개발하는 등 국산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반도체 핵심 소재 허브로 도약하려면 더욱 큰 자본 투자와 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풍부한 자본과 고급 소재 연구 인력을 확보한 삼성SDI가 이 분야에 본격 진입해 어떤 형태의 PR이라도 양산할 수 있다면 국내 반도체 핵심 소재 연구 인프라 육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또 주요 수요처인 삼성전자가 소재 공급망 다변화와 소재 수직 계열화를 위해 삼성SDI와 적극적인 협조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PR 제품이 상용화되면 삼성SDI 전자재료사업부 매출 다변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업계에서는 삼성SDI 전자재료사업부의 경우 반도체 재료 분야에서 스핀온하드마스크(SOH), 슬러리 등 주요 제품 매출 의존도가 높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삼성SDI 전자재료사업부는 PR뿐만 아니라 7대 과제를 선정해 매출 다변화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SDI의 한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 “연구소에 새로운 장비를 들인 것은 맞으나 아직 어떤 품목을 개발하고 상용화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