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어퍼볼타(Upper Volta) 등 아프리카 서부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다. 사하라사막의 남쪽 경계를 이루는 사헬 지대를 덮친 가뭄은 5년 동안 이어지면서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프랑스·영국 등 30여 개국에서 식량과 의료품 등 구호물자를 보냈지만 일선 현장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 지방 관리들의 부패와 열악한 도로 사정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어퍼볼타는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아프리카 서부의 최빈국이다. 어퍼볼타는 볼타강 상류라는 의미로 이 지역을 오가던 금 무역상들에 의해 명명됐다고 한다. 1983년 쿠데타로 집권한 토마 상카라 대통령은 자주독립을 내걸고 집권 이듬해에 국가명을 ‘정직한 사람들의 땅’이라는 뜻을 지닌 부르키나파소로 바꿨다. 60여 개의 부족으로 이뤄진 어퍼볼타는 자연환경이 척박한 데다 산업 기반도 취약해 아직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792달러에 머물렀다. 2019년에는 이곳을 여행하던 한국인이 무장 단체에 납치됐다가 프랑스군에 의해 구출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는 ‘핵무기를 가진 어퍼볼타’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러시아의 경제 발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냉전 시절 소련을 지칭하던 ‘로켓을 가진 어퍼볼타’를 빗대 군사력만 비대하고 경제에서 뒤처진 러시아를 자극한 것이다.
이는 오히려 북한에 들어맞는 비유이기도 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5일부터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 계획이 미달했다”며 민생고 해소를 위한 특별 명령서를 발령했다. 밑바닥 민심이 심상찮다는 판단에서다. 김일성은 1962년 인민들이 ‘이밥(쌀밥)’과 ‘고깃국’을 먹게 해주겠다고 약속했고 김정일도 2010년 유사한 언급을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2019년 “전체 인민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좋은 집에 살게 하려는 것은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평생 염원”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핵을 내려놓고 정상 국가로 돌아와야 ‘쌀밥에 고깃국’ 제공이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정상범 논설위원 ss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