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현정택의 세상보기] 미중 갈등, 원칙 정해 대응하라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美, 對中압박과 北제재 지속에도

韓, G2사이 줄타기하며 '혼선 외교'

민주주의·인권·지식재산권 보호 등

핵심적인 가치 정해서 中 설득해야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수석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전 청와대 정책수석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대해 정부는 한국의 세계적 위상을 확인한 회의라고 했다. 증거로 주최국인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곁에 문재인 대통령이 선 사진도 보여줬다. 그런데 이번 G7 회의의 실제 주역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다.



취임 후 첫 해외 나들이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했다. 미국과 패권 전쟁을 선포한 중국을 향해서다. G7 공동성명 최초로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 문제를 언급했고 신장의 인권과 홍콩의 민주화를 제기했다.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기술 제품 공급 사슬에서 중국을 떼어내기 위해 IT 공급망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강조했다. 중국의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조사도 촉구했다. 개발도상국에는 10억 회분 백신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여기에는 중국의 백신 외교를 통한 대개도국 영향력을 줄이자는 의도가 들어있다.

무엇보다 ‘더 나은 세계 재건(B3W·Build Back Better World)’을 목표로 내세우며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견제하는 40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대중 압박 효과를 높이고자 미국과 유럽 사이의 오랜 항공기 보조금 분쟁에 합의를 이뤄 동맹 내 마찰 소지를 줄였다. G7 회의에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유럽연합(EU) 지도부와 회담하면서도 같은 대중국 메시지를 전파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살인자(killer)’라고 했던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제네바에서 만나 대사 복귀 등 미·러 양국 관계의 틀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가 중국 편에 밀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야말로 기·승·전·중국의 외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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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바이든 정부는 대중국 압박을 제기했다. 회담을 앞두고 중국에 치우친 우리 정부가 미국과 충돌할까 전문가들이 우려했으나 대만해협의 안정 등 중국 견제 표현이 담긴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남북 관계를 중시한 정부가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넣는 것을 조건으로 합의한 것이다.

정부는 어떻게든 북한과의 대화 불씨를 살리려고 애쓴다. 문 대통령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직접 만나 대화를 재개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그러나 미국은 조건 없이 대화하겠지만 제재를 지속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G7 성명에서도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대량 파괴 무기 포기를 요구했다.

김여정 북한 부부장은 북한이 흥미로운 신호를 보냈다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말을 ‘꿈보다 해몽’이라고 일축했다. 며칠 전 주중 북한대사와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나란히 상대국 신문에 기고문을 실으며 미국의 압박에 대한 공동 대응을 다짐했다.

한국이 북한에 매달려 시간을 보내는 동안 미국과 중국에 주는 혼선은 커간다. 한미정상회담 성명에 대해 중국이 불만을 표시하자 정부는 성명이 특정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G7 회의 결과에 대해서도 한국은 서명 당사국이 아니라고 발뺌해 양측 모두의 신뢰에 흠을 줬다.

분명한 원칙을 정해 설득해야 한다. 민주주의, 인권 존중, 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 등 핵심적인 가치를 존중한다는 견해를 중국에 알려야 한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이 표명한 바처럼 중국과의 냉전이나 경제 단절을 추구하지 않음도 밝힐 필요가 있다.

오는 10월 말 이탈리아 주요 20개국(G20) 회의 때 미중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참가 국가들 모두에 한국이 지향하는 외교의 방향을 명확히 알릴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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