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정부의 친노동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것은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노조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기업에 미치는 타격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영계에서는 정부가 기업에 청년 일자리를 늘리라고 요구하면서 각종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손 회장은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해 열린 ‘30대 기업 최고인사책임자(CHO) 간담회’에서 정부 노동정책에 대해 사안별로 비판 수위를 높였다. 먼저 다음 달 6일 시행을 앞둔 개정 노조법에 대해서는 파업이 늘어 기업 경영에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고자·실업자가 노조에 가입하게 되면 단체교섭에서 복직이나 실업급여 지원 등 과도한 요구가 빈번히 제기될 것”이라며 “사용자만 일방 처벌하는 부당 노동 행위 제도를 개선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간담회 현장에서는 개정 노조법의 모호한 기준에 대해서도 기업들의 반발이 제기됐다. 해당 법안은 해직자의 사업장 출입과 관련해 ‘효율적인 사업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가이드 라인을 마련해 달라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손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도 보완 입법을 요구했다. 그는 “기업과 경영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산업재해의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며 “포괄적이고 모호한 경영자 책임 규정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과 산업계는 해당 법안이 내년 시행되기 전 법을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간담회를 통해 보완 입법은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대신 시행령 제정에서 노사 의견을 수렴하고 기업들이 요구하는 산업 안전 보건 인력 충원에 신경을 쓰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정부는 경영계에 청년 일자리 창출에 힘써달라는 메시지를 전했지만 손 회장은 정부가 친노동 행보를 이어간다면 기업이 뒷받침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그는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들어낸다”며 “더 많은 일자리를 위해서는 핵심 규제 완화와 노사 관계 선진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하면서 친노동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기업의 고용 창출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최근 제·개정된 노동관계법·제도들은 기업 경영 활동을 어렵게 한다”며 “앞으로 청년들이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희망을 찾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최근 진행 중인 내년 최저임금 인상 논의에 대해서도 인상은 힘들다는 경영계의 당부를 전했다. 그는 “우리 경제 수준과 코로나19 충격을 고려하면 상당 기간 최저임금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